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
증상 발현 후 단기간 내 사망 위험이 급증하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골든타임’이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의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경피적 대동맥판 삽입술’(TAVI)은 최신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제도적 한계로 가장 필요한 시점에 적절히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어르신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급여 기준을 개선하고, 시행 허가 규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심장질환은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며 대동맥판막협착증과 같이 증상 발현 후 예후가 급격히 악화하는 어르신 심장질환의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심혈관질환 중에서 사망률이 높은 질환 중의 하나가 대동맥판막협착증이다. 우리 몸에서 혈액은 심장, 동맥, 온몸, 정맥, 심장의 순서로 순환하고 있는데, 심장에서 동맥으로 혈액이 분출되기 위해선 좌심실이 수축해 대동맥으로 혈액이 유출돼야 한다. 하지만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피가 유출되는 부위에 있는 판막인 대동맥판막이 좌심실이 수축할 때 잘 열리지 않을 때 대동맥판막협착증이 발생한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약 5%, 75세 이상 약 12%에서 발병하는 중증의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이 발생하면 기대여명이 3년 미만이다. 치료받지 않으면 1년 생존율이 50%에 불과하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심장판막질환 유병률은 증가 추세다. 2010년 9.89%에서 2023년 17.03%로 급증했고, 심장판막질환 중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전체 43%를 차지했다.
김 의원은 “고령층에서 중증 심장질환은 증상이 나타난 이후 빠르게 악화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장기 입원이나 간병이 필요해지면 돌봄 부담과 의료비가 함께 증가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의 기회가 줄어들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족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TAVI 더 선호…합병증 위험 적어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손상된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치료법에는 가슴을 열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외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SAVR)과 허벅지 동맥 등 혈관을 통해 가늘고 긴 의료용 관인 카테터를 삽입해 인공판막을 심장에 이식하는 ‘TAVI’가 있다.
하지만 고령 환자에게 개흉 수술은 신체적 부담이 크고, 동반 질환으로 수술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SAVR보다 TAVI가 더 선호되는 추세다. TAVI는 SAVR에 비해 환자의 수술 부담이 적고, 시술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짧아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TAVI는 중증 출혈 및 신장 기능 악화와 관련된 합병증 발생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있다.
최근 해외 진료지침을 보면 TAVI는 더 이상 ‘수술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예외적 치료 옵션’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일정 나이 이상 고령 환자에선 하나의 표준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고, 실제 권고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수술실 안으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
해외에서 TAVI는 80세 이하의 환자에게도 시술이 권고되는 등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에 따르면, 미국은 2015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 27만9066명의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중 14만2953명이 TAVI를 시행했다. 2015~2016년 대동맥판막협착증 TAVI 시술률은 44.9%에서 2021년 88%로 증가했다.
국내에서 TAVI는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 고시가 발효돼 환자 본인부담금 80%가 적용됐다. 이후 2022년 3월 급여가 세분화돼 △80세 이상으로 △수술 연관 예측 사망률(STS 점수)이 8%를 초과하거나 △의료진 최소 2인이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환자 본인부담금 5%의 완전급여가 적용됐다. STS 점수 4~8% 환자군의 본인부담금은 50%, STS 점수 4% 미만의 저위험군은 본인부담금 80%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TAVI는 치료재료가 워낙 고가이고, 환자 중증도가 높아 시행 허가 규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시 순환기내과(심장내과) 2인(중재전문의 1인, 심장초음파 전문의 1인), 흉부외과 2인, 마취통증의학과 1인, 영상의학과 1인 등 각 진료과 전문의로 구성된 ‘심장통합진료팀’에서 논의를 거쳐 SAVR 혹은 TAVI 중 한 가지 치료법을 결정하게 돼 있다. 현실적으로 진료팀 전문의가 전원 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TAVI를 실시할 수 없게 돼 있고, 전원 일치 판정이 나오지 않으면 심초음파 전문의가 치료 방법을 직권 결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80세 이상’ 나이 기준이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까다로운 시행 허가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은 “대동맥판막협착증과 같은 중증 심장질환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환임에도 급여 기준, 본인부담 수준, 복잡한 절차 요건 등이 치료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현장의 지적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제도가 의료적 판단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하지 오히려 치료 시점을 늦추는 요인이 돼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급여체계가 지속적으로 심장질환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제도적 기준이 환자 상태보다 앞서는 상황이 있다면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동반 질환과 회복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임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급여 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TAVI 급여 기준 재검토…“지역의료 강화 부합해야”
국내 TAVI 급여 기준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진료지침 권고사항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있다. 해외 진료지침에선 치료법 선택 시 환자 연령과 수술 위험도 뿐만 아니라, 환자 중심의 공유의사결정이 핵심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경우엔 80세 초과 환자들에 대해 TAVI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65세에서 80세 구간은 ‘회색지대’로 정해 환자 상태, 선호도 등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80세 이상을 중심으로 급여가 설계돼 있다. 글로벌 진료지침 변화와 국내 임상 데이터를 함께 검토해 급여 재평가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TAVI 급여화가 결정된 2022년 제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에서 ‘3년 후에 TAVI 급여 대상 및 기준,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등을 고려해 급여 조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바 있는데, 예정된 재검토 시기가 올해 도래했다.
김 의원은 “급여 적용 여부는 단순히 비용 문제를 넘어 환자의 병원 선택과 치료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본인 부담이 큰 경우에는 자연히 환자와 가족이 보다 큰 병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 지역에서도 충분히 시행 가능한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이용이 특정 지역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급여 기준이 보다 합리적으로 정비되면 환자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특정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거주지 인근 의료기관에서도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이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의료 역량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정부가 지향하는 ‘지역의료 강화’와도 부합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