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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대론 ‘방관자’에 불과” 존재감 상실한 국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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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다./EPA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역할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일 긴급회의와 성명이 이어지고 있지만, 군사 행동을 제어하거나 확전을 차단하는 등 실질적 분쟁 해결 능력을 상실한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유엔은 개전 직후인 지난달 28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 회의를 열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란의 주변국 보복 공습을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군사 작전으로 인해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연쇄 반응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이 협상을 즉시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공방만 벌어졌을 뿐 아무런 결과가 도출되지 못했다 .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는 미국의 공격이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며 비난했고, 미국은 “이란은 너무 오랫동안 중동 전역에 유혈과 무질서를 가져왔다”며 군사 작전을 정당화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다자주의 국제 질서를 지탱해 온 국제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에 동의한다고 밝히며 “국제법은 이번 사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특히 그 법들이 대체로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남아 있다면 더욱 그렇다”며 “국제법이 독일의 대응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나에게 국제법은 필요없다. 나를 멈출 수 있는 것은 내 도덕성 뿐”이라고 했다. EU 정책 전문 매체 유랙티브는 “신흥 지정학적 질서에서 형식적 법 논리보다 집행력과 힘의 정치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전후 국제 질서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U 고위급 외교관은 로이터에 “유럽은 사실상 방관자에 불과하다. 트럼프를 상대로 지렛대를 가진 쪽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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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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