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과 항공 교통을 압박해 걸프 산유국들에 충격을 가함으로써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중단을 압박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오만을 포함한 걸프 아랍 6개국과 요르단·이라크·이스라엘을 타격했다. 당초 걸프 국가들은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세에 공개적으로 반대했지만, 보복의 화살이 두바이·아부다비(UAE), 도하(카타르), 마나마(바레인) 등 주요 도시의 호텔·항만·공항으로 향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UAE 국방부는 이란이 165발의 탄도미사일과 541대의 드론을 발사했으며 대부분 요격됐지만 사망 3명, 부상 5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제벨알리 항만 인근에서 연기가 솟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2026.03.02 mj72284@newspim.com |
◆ "동맹을 때려 본진을 압박"…전략 역풍
이란의 계산은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력이 있는 부유한 걸프 군주국들을 압박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리는 것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WSJ는 드론·미사일 공세가 오히려 걸프 국가들로 하여금 "이란의 위협을 정면 대응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했다고 전했다.
UAE 대통령 외교 고문 안와르 가르가시는 WSJ 인터뷰에서 "걸프를 겨냥한 공격은 비이성적이고 근시안적"이라며 "정권의 생존 여부는 이란 국민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걸프 주요국의 외교 노선이 이란과의 화해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 사우디·UAE, 갈등 접고 공동 전선
주말까지 외교적 갈등을 이어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의 공세가 본격화되자 일단 이견을 접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역내 당국자들은 사우디와 UAE가 이란의 공격을 장기간 그대로 감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란 내 미사일·드론 발사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는 "분노한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에 분노해야 한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윌리엄 웩슬러 국장은 "지난 28일 아침만 해도 많은 걸프 지역 사람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분노하며 잠에서 깼지만, 밤에는 이란에 분노하며 잠자리에 들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 유럽도 기류 변화…"이란 역사적 분기점"
유럽 역시 이란 정권 붕괴에 암묵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EU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카야 칼라스는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을 "이란 역사에서 결정적 순간"이라고 규정했다. 독일·프랑스·영국은 역내 자국 및 동맹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하고 비례적인 방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스라엘의 작전이 공중전 중심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내부 봉기 없이 이란 정권이 실제로 교체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우디의 한 정치 분석가는 WSJ에 "국가 붕괴나 내전 없이 정권이 무력화되고 수정되는 '베네수엘라 시나리오'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 "걸프의 경제·사회적 미래에 실존적 위협"
관광·항공·부동산·금융 등으로 산업 구조를 다변화해 온 걸프 국가들은, 전쟁이 이란 정권 유지로 마무리될 경우 향후에도 드론·미사일 위협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공군 원수 출신 마틴 샘슨은 WSJ에 "이란은 선을 넘었다"며 "이는 걸프 국가들의 경제·사회적 미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전쟁의 무게중심이 군사 기지에서 에너지와 도시 인프라로 옮겨가면서, 중동 분쟁은 이제 지역 안보 차원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를 흔들 변수로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oinw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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