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ㆍ보험료 올라 부담 가중⋯高환율로 무역수지 악화 이어져
공급망ㆍ금융시장 불안 등 동시 발발⋯가용 가능한 카드 모두 동원해야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발(發) 퍼펙트 스톰’이 한국 경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이 많은 한국 등 소규모 개방 경제 국가들이 유가 급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당장 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입단가 상승→ 무역수지 악화 → 기업 원가 상승’ 등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석유화학·정유, 철강·비철금속,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2일 산업통상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중동 호르무즈 해협이 거대한 지정학적 감옥으로 변하고 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며 우리 수출 경제의 심장부인 제조업 원가 방어선이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단순히 기름값이 오르는 수준을 넘어 고유가와 고운임, 고환율이 결합된 ‘3중 파고’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바닥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시장이 우려하는 ‘최악의 수’는 이란이 보복 카드로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하는 것이다. 이날 국제유가는 불안한 흐름이다. JP모건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당시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되면 유가가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한국에 유가 130달러는 치명적이다. 가장 직격탄을 맞는 곳은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동반 폭등하면서다. 이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기업들은 ‘역마진’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반도체와 철강 등 국가 기간산업 역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공정 특성상 유가 상승에 따른 한전의 적자와 전기료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악재다. 이는 제조원가 구조 자체를 뒤흔들어 영업이익 방어선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바닷길의 물리적 봉쇄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해협이 봉쇄돼 우회로를 이용할 경우 해상운임은 기존보다 50~80% 상승하고 운송 기간도 3~5일 가량 늘어난다. 과거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사례가 있어 화주들의 비용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 특히 적기 공급이 생명인 유럽·중동행 자동차와 가전 수출선들은 선복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 지연이 일상화되면 현지 재고 부족과 위약금 발생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사실상 수출길이 물리적으로 차단되는 ‘수출 고립’ 상태가 현실화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에너지 수입 단가 상승은 국가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진다. 원유 도입 비용이 늘어나면 달러 수요가 급증하고, 이는 다시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리는 기폭제가 되면서다. 환율 상승이 수출 기업에 유리하다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폭이 환율로 인한 이익을 압도적으로 상회해서다. 1400원을 훌쩍 넘는 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동시에 외화 채무가 많은 국내 대기업들의 금융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것은 원유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 자체가 인질로 잡혀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유류세 감면 등 단기 대책을 넘어,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유 방출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카드를 동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투데이/임유진 기자 ( newjea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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