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미 국방부가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을 '국가안보 위험 기업'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기술 숙청에 나선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중동에서 미국의 이란 공습 작전 '장대한 분노(오퍼레이션 에픽 퓨리)'가 개시됐다.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으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등 전세계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군사행동 바로 직전 민간 기업의 'AI 윤리 가이드라인'과 국가의 '작전권'이 정면 충돌했다. AI가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닌, 국가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편입되었음을 알리는 서막이 되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1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전 대통령 체포 작전이었다. 당시 미군은 팔란티어(Palantir)를 통해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를 실시간 전술 분석에 투입해 작전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작전 직후 앤트로픽이 자사 모델의 살상 작전 활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팔란티어에 질의하면서 긴장이 시작됐다.
기업은 이를 윤리 가이드라인 점검으로 설명했지만, 국방부는 이를 군사 기밀에 대한 민간의 사후 검열이자 작전권 도전으로 간주했다.
피트 헤그셋 국방장관은 2월24일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에게 “27일까지 모든 합법적 용도에 대한 무제한 접근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아모데이는 이를 거부하며 ‘국내 대규모 감시’와 ‘완전 자율 무기’라는 두 가지 금지 원칙을 유지했다.
그는 “AI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한 오인 사격이나 책임 불명확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가치 수호”라고 밝혔고, 펜타곤의 합의문 문구가 기업의 모든 원칙 포기를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국방부가 단행한 ‘공급망 위험 기업(Supply Chain Risk)’ 지정은 미국 기업에 적용된 첫 사례다. 이 조치는 화웨이 등 적대국 기업에 적용되던 제재 수준의 조치로, 국방부뿐 아니라 연방 조달 목록(GSA) 전체에서 제외된다. 국방 계약업체는 앤트로픽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민·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2월28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란 공습에서 어떤 AI가 사용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 국방부는 앤트로픽을 배제한 직후 오픈AI와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앤트로픽이 바로 퇴출된 것은 아니다. 6개월 동안 교체 과정에서 앤트로픽과 오픈AI의 공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이번 미국의 이란 공격에는 앤트로픽의 AI가 사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새로 계약을 체결한 오픈AI는 모델에 제약을 두지 않는 대신 ‘무력 사용에 대한 인간의 책임성’을 명문화해 군의 실용주의적 요구에 부응했다. “결정은 인간이 내린다”는 선언 아래, AI는 전술 수행의 도구로 자리했다.
앤트로픽 사태는 AI가 더 이상 민간 기술이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으로 전환된 현실을 드러냈다. 아모데이 CEO는 “정부 비판은 헌법적 권리”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AI 주권은 이미 국가의 손에 넘어간 모습이다.
이번 사태는 AI가 더 이상 기술 경쟁 대상이 아니라, 항공모함이나 핵미사일처럼 국가의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앤트로픽이 고수해온 ‘살상 무기 활용 금지’ 원칙은 국가 안보라는 명분 앞에서 힘을 잃었고, 그 자리는 미군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한 오픈AI가 차지했다.
오픈AI가 내세운 “결정은 인간이 내린다”는 원칙은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위험한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가 제공하는 방대한 전장 데이터와 전술 분석에 의존하는 지휘관이 과연 AI의 판단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인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한 것도 파장이 크다. 이는 국가 전략에 협조하지 않는 기술 기업은 언제든 배제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향후 AI 기업들은 자율성과 윤리 원칙보다 정부의 정책적 방향에 맞춰야 하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기술이 안보의 수단으로 흡수되면서 기업의 독립적 판단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적어도 전장에서 논점은 “AI가 인간을 도울 것인가”에서 “누구의 AI가 누구를 겨냥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앤트로픽의 법적 대응이 예고된 가운데 이번 분쟁은 단순한 계약 위반이 아니라, 기술 주권이 창조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국가에 있는지를 가르는 심판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AI를 생존 전략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인구 감소로 병력 자원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발표한 ‘2026년 업무계획’에서도 AI와 드론을 중심으로 한 첨단 강군 육성이 핵심 목표로 제시됐다. 특히 최전방 GP와 GOP의 경계 인력을 줄이기 위해 CCTV, 감지 센서, 무인 정찰기, 경계 로봇 등을 결합한 무인·AI 경계 체계를 전면 확대할 계획이다.
2026년 국방 예산 설명자료에 따르면 국방 AI 대전환, 50만 드론 전사 양성, 민·군 AI 협력 강화가 주요 추진 과제로 포함됐다. AI를 단순한 보조 기술이 아니라 작전의 중심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예산도 교육과 운영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이 같은 변화는 앤트로픽 사태가 던진 ‘기술 통제권’ 논의와 맞닿아 있다. 한국군이 민간의 첨단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술의 윤리적 활용 기준과 국가 안보 목표 간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관건이다. 국방 효율성과 윤리 책임 사이에서 한국형 국방 AI의 방향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필립스계란찜기
완숙반숙취향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