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표정 호주 시드니의 이란계 주민들이 1일(현지시간) 샴페인을 들고 하메네이의 사망을 축하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란계 주민들이 이란 신정체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시드니·로스앤젤레스=AFP·EPA연합뉴스 |
◆‘이란 내부로부터의 붕괴’ 바라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에서 강하고 신속하게 이란을 타격해 지도부 등을 제거하고, 이후 오랜 경제난 등으로 불만이 쌓인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자연스럽게 내부의 붕괴가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과거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여러 국가와 전쟁에서 초반 압도적 화력으로 상대 핵심 전력을 제압하고도 게릴라전 등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은 바 있기에 이란 내부의 저항은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너무나 절실하다.
결국, 하메네이 피살 이후 이란의 민심 향배가 향후 이 지역 정세 흐름을 결정할 중요한 키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다. 불과 한 달 전까지도 신정체제에 저항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진 만큼 이번 공습이 만들 변화에 대한 환영 반응은 상당수 포착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도 테헤란에 공습이 시작되자 시민들이 앞다투어 식료품점으로 달려가 식량과 물을 비축하는 등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보여줬다면서도, 하메네이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기뻐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대규모 시위에 참여했던 한 시민은 “독재자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기뻐서 울 정도”라고 표현했으며, SNS에 공유된 영상에서는 하메네이 사망 소식에 큰 휘파람 소리와 환호성이 계속 들렸고 폭죽이 터지는 모습도 담겼다.
1월 이란 내 반정부 시위 국면부터 지속해서 주목을 받아온 레자 팔레비 전 이란 왕세자는 이날 하메네이 축출을 환영했다. 미국에 망명 중인 팔레비 전 왕세자는 엑스(X)에 “그(하메네이)의 죽음으로 이슬람공화국은 사실상 끝났으며 곧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이란의 자유가 눈앞에 왔다”고 칭송했다.
다만, 이란 신정정권 지지세력도 여전하다. 이란 정부는 이날 하메네이의 사망을 발표하면서 40일간 전 국민적 추도 기간과 일주일간의 공휴일을 선포했다. 1일 파키스탄 남부 신드주 카라치에서는 친이란 시위대가 미 대사관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충돌해 최소 9명이 사망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주이라크 미국 대사관이 있는 바그다드 ‘그린존’에서도 시위대의 난입 시도가 있었다.
1일(현지시간) 인도령 카슈미르 스리나가르에서 이슬람교 시아파 신도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애도하고 있다. 스리나가르=AP연합뉴스 |
외세의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고 WSJ는 짚었다. 한 여성 영화인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12일 전쟁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미국은 사람들을 해치진 않을 거야’라고 하지만 난 못 믿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세에 대한 불안이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기반으로 한 이란의 민족주의 정서와 연결될 경우 미국이 전혀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갈 여지도 충분하다.
하메네이 피살 이후 이란 신정체제가 완전히 붕괴할지 자체도 미지수다. 후계자로의 권력 인계가 순조롭게 이어질 경우 신정체제의 특성상 이란 정권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정보당국도 이란 붕괴보다 안정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8일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 정부가 하메네이 사망 이후 완전히 뒤집히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란 강경 보수파가 집권할 경우 이란의 핵무장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예측했다.
미·이스라엘의 공습에 사망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로이터연합뉴스 |
신정체제가 붕괴할 경우 이란의 혼란을 수습할 구심점을 찾을 수 있느냐도 문제다.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이라크처럼 자칫 권력 공백이 길어질 경우 오히려 혼란이 확대될 수 있다.
알렉스 마다지안 디펜스프라이오리티스 선임연구원은 미 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독재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꼭 정권 전복과 자유민주주의 정부로의 교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아랍의 봄’의 교훈을 많은 사람이 잊어버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1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테헤란=AP연합뉴스 |
◆중동 이슬람 패권 향방은
이란 향방에 따라 중동 정세 변화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바람대로 이란이 친서방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한다면 중동을 ‘화약고’로 만들어온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 이스라엘과 주변 무슬림 국가 간의 공존 가능성도 커진다.
이슬람 패권을 두고 시아파 중심의 이란과 수니파 중심의 사우디아라비아가 경쟁해왔는데, 이란의 힘이 약해지면 지역 내 사우디의 입지가 커지게 된다. 실제로 사우디는 이번 공습에 앞서 미국에 이란 공격을 촉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중동국 움직임에 따라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 이란의 보복 공습을 피해를 본 중동 각국이 이란에 대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라크 정부는 하메네이 사망에 대해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면서 “미국의 공습은 노골적인 침략 행위”라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하메네이의 사망에 애도를 표했다.
베스 새너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부국장은 CNN에 “이란은 걸프 국가들을 근본적으로 오판하고 있다”며 “이들의 지지를 얻기는커녕 반(反)이란연합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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