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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이란 운명 손에 쥔 사이, 아버지는 프랑스 내정 간섭...쿠슈너 父子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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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과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그의 딸 아라벨라와 시어도어, 이방카 트럼프, 이방카의 시부모인 세릴·찰스 쿠슈너 부부가 지난 6월 18일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새로 설치된 깃대 게양식에 참석하고 있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아들은 공식 직함도 없이 주요 외교 협상 무대를 누비고 다니고, 아버지는 상습적으로 맹방의 내정에 간섭하다 곤욕을 치렀다. 외교관 없이 측근으로 ‘돌려막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예상됐던 한계가 확인된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오랜 맹방의 위치를 이어왔던 미국과 프랑스는 지난 19일부터 24일 사이 ‘내정 간섭’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동맹국과 이견이 생기면 이를 조율해야할 대사는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우파 청년 활동가 캉탱 드랑크(23)가 리옹정치대학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급진 좌파 활동가들의 집단 폭행으로 인해 숨진 사건이었다. 이후 미국 국무부 대테러국은 지난 19일에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드랑크가 좌익 무장세력에 살해됐다는 보도는 우리 모두 우려할 일”이라며 “폭력적 급진 좌파가 부상하고 있고 드랑크의 죽음에서 그들의 역할은 공공안전에 대한 위협을 입증한다”고 게시했다.

이를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는 그대로 본인의 엑스 계정에 올리며 “우리는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이런 폭력의 가해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고 적었다.

주(駐)프랑스 미국 대사는 찰스 쿠슈너. 트럼프 2기에서 중요한 외교 무대를 횡보하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아버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사돈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의 부동산 사업가였던 그에게 지난해 7월 프랑스 대사라는 중책을 맡겼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처럼 정부 기능에 큰 영향을 주거나, 심각한 인권유린 사태가 아니라면 상대국의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외교적 관례다. 미 국무부와 쿠슈너 대사의 엑스 게시글이 올라오자, 프랑스 외무부는 즉각 “내정 간섭”이라 반발하며 쿠슈너 대사를 초치했다.

초치로 끝났다면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을, 쿠슈너 대사가 키웠다. 초치에 응하지 않고, 자신 대신 대사관 고위 관계자를 보낸 것이다. 이는 ‘상습적’인 일이었다. 쿠슈너 대사는 지난해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프랑스의 반유대주의 문제를 지적하는 편지를 보냈다가 내정 간섭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에도 프랑스 외무부가 그를 초치하려 했으나 쿠슈너는 이를 거부하고 부대사를 보냈다.

프랑스는 두 번 당하지 않았다. 프랑스 외무부는 지난 23일 쿠슈너 대사가 프랑스 정부의 장관급 구성원들을 만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대사로서의 기본적 임무와 국가를 대표하는 영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쿠슈너 대사의 장관 접견 불허를 결정했다.

프랑스 정부 요인들과 만날 수 없다면 대사의 손발이 묶이는 셈이다. 쿠슈너 대사는 하루만에 굴복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쿠슈너 대사가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프랑스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통화에서 바로 장관은 프랑스는 제3국이 국내 공개 토론에 어떤 형태로든 간섭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쿠슈너 대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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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찰스 쿠슈너( 오른쪽) 주프랑스 미국 대사와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사돈인 쿠슈너를 지난해 7월 프랑스 주재 대사로 임명했다.[게티이미지]



갈등은 봉합했지만 이번 일을 두고 전문 외교관을 등한시하고 ‘자기 사람’을 중책에 앉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술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사에서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에서도 전문 외교관보다 개인 인맥을 주로 활용해왔다. 미국외교관협회(AFSA)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사 자리 195석 중 절반이 넘는 102석이 공석 상태다. 지명한 대사 70명 중 정통 직업 외교관은 6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트럼프 개인 인맥이나 트럼프를 지지한 정치인들이 채웠는데, 특히 2기 집권기에서는 가족·인척이 두드러진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녀인 킴벌리 길포일은 그리스 주재 대사이고, 차녀 티파니의 시아버지인 사업가 마사드 불로스는 아랍·중동 문제 고문이다. 사위 쿠슈너는 공식 직함이 없지만 가자지구 전쟁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근의 이란 핵 협상에 이르기까지 주요 외교 협상을 모두 주도하고 있다.

외교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이들의 역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수차례 나왔다. 재러드 쿠슈너가 대통령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진행하는 세 가지 분쟁에 대한 협상도 진척이 없다. 외교가에서는 하나같이 굵직한 사안들인데, 외교 경험이 없는 사업가들이 대통령의 친구·사위라는 이유만으로 협상에 나서니 힘에 부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지난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협상은 다시금 이 같은 우려가 나오게 한 장면이었다. 당시 재러드 쿠슈너와 윗코프 특사는 오전에는 오만 대사관에서 이란과 2차 핵 협상을 하고, 같은 날 오후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와 3자 종전협상을 진행했다. 대형 협상을 하나씩 집중하지 못하고 하루에 두 건이나 소화하는 것만 해도, 이미 상대측에 밀릴 위험이 크다는게 외교가의 지적이다.

로이터는 전문가의 말을 빌어 “상대(이란·러시아)는 베테랑 협상가들이 나오는데 미국 대표단은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며 “워싱턴이 외교적 노력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주 프랑스 대사 자리는 매우 큰 의미를 갖는 요직이다.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이 1776년 독립을 선언했을 때 세계 열강 중 가장 먼저 이를 인정하고 지지해준 나라가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미국과 동맹을 맺고 막대한 병력을 보내 독립전쟁을 지원했다.

이런 역사적 맥락 때문에 미국 정부는 프랑스 주재 대사를 고르는데 엄청 공을 들여왔다. 초대 대사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자민 프랭클린일 정도다. 역대 주프랑스 대사의 면면을 보면 대통령이 두 명(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먼로)이나 나올 정도로 정계에서 비중이 컸다. 지난 2022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출범 이후 첫 국빈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초청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이유에 대해 “프랑스는 우리의 가장 오래된 동맹국(oldest ally)”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자리를 트럼프 대통령은 사돈에게 ‘명예직’으로 내줬고, 이후 불필요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찰스 쿠슈너는 과거 탈세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교도소에서 2년 이상 복역한 전과가 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해주기도 했다. 올해는 특히 미국의 독립 250주년인 해로, 미국과 프랑스가 동맹의 기틀을 다시 다지는 여러 행사를 준비중이다. 기념비적인 시기에 양국의 입장을 섬세하게 조율해야 할 대사가 오히려 ‘리스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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