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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무너진 양당체제 확인…녹색당 반사이익·개혁당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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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내준 집권 노동당…녹색당, 진보·젊은 유권자 지지율 잠식
34세 배관공 해나 스펜서, 하원 입성…"예약 취소 고객들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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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의 잭 폴란스키 대표(가운데)와 해나 스펜서 하원의원 당선인(오른쪽에서 두번째)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집권 노동당의 텃밭 그레이터맨체스터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좌파 녹색당과 우익 영국개혁당이 1, 2위를 차지하며 여러 갈래의 정치 성향으로 갈라진 영국 정치 지형이 확인됐다.

녹색당의 해나 스펜서(34) 후보는 26일(현지시간) 고턴·덴턴 선거구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1만4천980표(40.6%)를 얻어 1만578표(28.7%)를 받은 영국개혁당의 맷 굿윈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좌파 녹색당으로선 창당 35년 만의 첫 하원의원 보궐선거 승리다.

집권 노동당의 앤겔리키 스토기아 후보는 9천364표(25.4%)를 얻었고 전통적 양대 정당이던 보수당의 샬럿 캐든 후보는 706표(1.9%) 득표에 그쳤다.

2024년 7월 총선 판이 2년도 채 되지 않아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녹색당의 득표수는 총선 때 3천810표(13.2%)의 3배가 됐고 노동당은 1만8천555표(50.8%)에서 반 토막이 났다.

그간 조금씩 선거구가 조정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 지역에서 노동당은 1931년 이후 거의 1세기 동안 져본 적이 없다가 3위로 밀려나는 굴욕을 당했다.

노동당 후보가 당과 갈등 속에 이탈하는 예외적 상황이었던 2024년 로치데일 보궐선거를 빼면, 노동당과 보수당이 모두 2위권 안에 들지 못한 보궐선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영국 선거 전문가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는 전했다.

커티스 교수는 BBC 기고에서 "녹색당의 역사적 승리는 영국 정치의 미래 불확실성을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2차대전 후 영국 역사상 보수·노동 양당 체제가 이토록 약해 보인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反)이민, 반유럽통합을 내건 우익 영국개혁당이 급부상해 2024년 총선 이후 여론조사 1위 자리를 굳히면서 영국의 전통적인 양당 체제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녹색당이 노동당의 표를 상당 부분 잠식했음이 확인됐다는 의미가 크다.

중도우파 보수당이 그동안 확고히 붙잡고 있던 보수 표심의 큰 부분을 더 오른편에 있는 영국개혁당에 내줬듯이, 중도좌파 노동당의 '주류' 좌파로서 입지가 더 왼편에 있고 젊은 층 지지자가 많은 녹색당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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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스펜서 하원의원 당선인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에 당선된 녹색당의 스펜서 후보는 16세에 학교를 떠나 기술을 배운 배관공이자 가스 기술자로, 현직 노동자로서 노동 계층의 표심에 호소했다.

스펜서 후보는 당선 소감에서도 "나는 주민들과 다를 게 없는 사람이다. 열심히 일한다.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며 "유권자 수천명이 무시당하는 데, 열심히 일해서 남들 배만 불리는 데 지쳤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에 가야 해서 이미 예약하신 분들의 작업을 취소해야 할 수도 있다"며 고객들에게 농담 섞인 사과도 건넸다.

이번 선거엔 의석 단 한 석이 걸려 있었지만, 노동당과 키어 스타머 정부의 타격은 크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14년 보수당 정부와 차별화를 바랐던 여론의 실망감, 간판 정책을 취소하는 잇단 '정책 유턴'으로 인기가 급추락했다.

특히 2024년 총선에는 적중했던 노동당의 중도화 전략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스타머 총리가 이민 정책이나 취약계층 복지, 가자지구 전쟁 관련 정책에서 좌파인 당의 색깔을 지우고 있다는 당내 진보진영 및 진보 유권자들의 반발이 거세진 것이다.

오는 5월 잉글랜드 지방선거, 웨일스·스코틀랜드 총선을 앞두고 '우익 돌풍을 막을 유일한 희망은 노동당'이라는 기조를 세워 온 노동당으로선 큰 위기다. 5월 선거 참패는 당내 진보 의원들로부터 사임 압박을 받아온 스타머 총리에게 '최후의 일격'이 될 수도 있다.

커티스 교수는 노동당이 노동 계층과 소수민족이라는 두 가지 지지 기반을 잃고 있음이 이번 선거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인 노동 계층 유권자가 영국개혁당으로, 소수민족 출신 유권자는 녹색당으로 상당수 돌아선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개혁당은 한때 노동당 텃밭이었고 소수민족 유권자가 많은 지역구에서 2위에 오른 것으로 기세를 확인했다.

그동안 반이민 발언을 계속해온 굿윈 후보는 "이슬람주의자와 '워크' 진보주의자들이 연합한 것 같다"고 주장하면서 "영국개혁당이 노동당 텃밭에서 노동당에 수치심을 안겼다"고 자평했다.

차기 총리를 꿈꾸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5월 7일 선거여, 어서 오라"며 "스타머와 보수당에 작별을 고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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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머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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