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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8분 역대 최장 국정연설... 민주당은 고함 ‘쪼개진 美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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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하원의원 “흑인은 유인원 아냐” 팻말
여성 의원들은 흰 옷 맞춰 입고 ‘색깔 시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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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역대 최장인 1시간 48분 동안 국정연설을 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다시 이기고 있습니다. 그 점을 증명하는 완벽한 증거가 오늘 밤 이 자리에 있습니다.”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 들어 두 번째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이 시작되고 약 10분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앉아 있는 프레스석을 바라보며 “어서 들어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지난 23일 폐막한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남자 하키 경기에서 숙적 캐나다를 누르고 금메달을 딴 미국 남자 하키 팀이 목에 금메달을 걸고 입장했다. 이들이 들어오자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에서 연설을 듣고 있던 공화당 의원뿐만 아니라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던 민주당 의원까지 전부 일어나 밝은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트럼프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일어나는 걸 처음 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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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 중,동계올림픽에서 캐다다를 꺽고 금메달을 딴 미국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메달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열린 합동 연설에서 이 장면은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장면이었다. 트럼프가 경제 정책과 강력한 국경 단속 정책 등을 거론하며 자신의 치적을 내세우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서 박수를 치지 않고, 때로는 그를 향해 고함을 지르면서 맞받아쳤다. 트럼프는 이날 역대 최장인 1시간 48분 동안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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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앨 그린 연방 하원의원은 2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팻말을 들어보이다 퇴장당했다./AFP 연합뉴스


◇고함 오간 국정연설

이날 연설은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흑인인 민주당 앨 그린(79) 하원의원은 트럼프의 연설이 시작하자 자리에 일어서서 “흑인은 유인원이 아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조용히 서 있었다. 이는 트럼프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를 유인원으로 묘사한 인종차별적 영상을 올린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의회 직원 한 명이 팻말을 내리라고 했지만 거부하자 그린은 결국 퇴장당했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 일부는 팻말을 뺏으려 하기도 했고, 그린이 통로를 걸어 나갈 때 공화당 의원들은 “USA!”를 연호했다. 그린은 지난해에도 트럼프 연설 시작 5분 만에 벌떡 일어나 지팡이를 흔들며 “당신은 (저소득층 대상 공공 의료보험 예산) 삭감 권한이 없다”고 소리치자 쫓겨났다.

트럼프 정부의 대표 정책인 불법 이민자 단속과 관련한 발언 때도 트럼프와 민주당 의원이 정면으로 부딪치기도 했다.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단속 성과를 강조하자 미네소타주 연방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민주당)는 “당신은 미국인들을 죽였다”고 외쳤다. 지난달 미니애폴리스 단속 과정에서 미국 시민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가 사망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오마르 옆에 있던 미시간주 연방 하원의원 라시다 틀라이브(민주당)는 “미국인들을 죽인 것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다. 트럼프는 “당신은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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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미네소타)는 24일 국정연설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하며 여러 차례 고함을 쳤다./로이터 연합뉴스


십여 명의 민주당 여성 의원은 흰색 옷을 맞춰 입으며 ‘색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국에서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증명을 의무화하는 엄격한 유권자 신원 확인 법안인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SAVE America Act)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옷을 맞춰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이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나를 구하는 법안이므로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2017년 트럼프 첫 국정연설 때도 여성의 권리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흰색 옷을 맞춰 입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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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국정연설에서 6·25 참전용사인 E. 로이스 윌리엄스를 초청해 그에게 미국 최고 군사훈장인 '명예 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했다./EPA 연합뉴스


◇‘특별 손님’으로 정치적 신경전

이날 백악관과 민주당은 국정연설에 초청한 ‘특별 손님’을 통해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강조하는 전략을 펼쳤다. 트럼프는 6·25 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한 E. 로이스 윌리엄스를 초청해 그에게 미국 최고 군사훈장인 ‘명예 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했다. 그는 1952년 기밀 작전에서 소련 전투기 네 대를 격추했다. 트럼프는 이달 초 윌리엄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훈장 수여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이날 윌리엄스는 멜라니아 여사와 나란히 앉았고, 멜라니아가 목에 훈장을 걸어줬다. 또 지난달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 부상을 입은 미 육군 헬리콥터 조종사 에릭 슬로버에게 미 의회 최고 군사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아동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피해자 10여 명을 초청해 맞불을 놨다. 이들을 초청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가 말하지 않으려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엡스타인 파일”이라고 했다. 또 연방 정부의 이민 단속이 극심했던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붙잡혔다가 풀려난 이민 단속 피해자 네 명도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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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에서는 미 연방 대법관 참석 여부도 관심을 모았다. 이날 연설엔 존 로버츠 주니어 대법원장과 엘레나 케이건,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왼쪽부터) 등 총 4명이 참석했다./AP 연합뉴스


◇상호 관세 막은 보수 대법관도 참석

이날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연방 대법관은 존 로버츠 주니어 대법원장과 엘레나 케이건,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등 총 4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관의 국정연설 참석은 관례에 따른 것이다. 최근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의 대표 정책인 상호 관세를 6(위법)대 3(합법)으로 막아 세운 바 있다. 배럿 대법관과 캐버노 대법관은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파다. 그런데 배럿은 위법, 캐버노는 합법으로 갈렸다. 트럼프는 판결 직후 배럿에 대해서는 “가족들도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했고, 캐버노에게는 “천재”라고 지칭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유감스러우며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4명의 대법관은 트럼프의 말을 들으며 무표정을 유지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에서 트럼프 국정연설에 대한 반대 연설자로는 애비게일 스팬버거 버지니아 주지사가 나섰다. 스팬버거 주지사는 이날 18세기 미국 독립전쟁 당시 버지니아 식민지 수도였던 윌리엄스버그를 복원한 역사 박물관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에서 반대 연설을 진행했다. 국정연설 때 테러나 재난으로 인한 ‘국가 마비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내각 각료 중 한 명을 격리 보호하는 지정 생존자는 더그 콜린스 보훈장관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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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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