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9개월 연속 동결했습니다. 중국 지도부가 강력한 내수 부양 의지를 표명해온 것과 달리, 실제 통화정책의 실행 속도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4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물 LPR을 3.5%로, 일반 대출 기준인 1년물 LPR을 3.0%로 각각 유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로이터통신이 시장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전망치(전원 동결 예상)와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이로써 인민은행은 미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본격화된 지난해 5월 금리를 각각 0.1%포인트 인하한 이후, 이달까지 9개월째 금리를 묶어두게 되었습니다. 당국은 지난달 재대출·재할인 금리를 0.25%포인트 낮췄으나, LPR 인하와 비교해 내수 진작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묶인 내수…덤핑 수출로 무역 갈등 격화
현재 중국은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입니다. 지난해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대비 17.2%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고정자산 투자도 3.8% 줄어들며 통계 집계 시작 29년 만에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내수 소비의 가늠자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에 그쳐 시장 전망치(+0.4%)와 이전치(+0.8%)를 모두 밑돌았습니다.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 또한 -1.4%로 4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더욱 전격적인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원성이 이어지고 있는데, 중국 업체들이 얼어붙은 내수 시장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려 저가 수출을 늘리면서 글로벌 시장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불만이 높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국으로서 중국은 성장의 원천으로 수출에 의존하기에는 너무 크다”며 “수출 주도 성장에 계속 의존하는 것은 글로벌 무역 긴장을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작심 비판한 바 있습니다.
내달 양회에 쏠린 눈... GDP 목표 낮출까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이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톈펑증권은 “중앙은행은 여전히 지급준비율(RRR)과 정책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으며 이를 시장의 기대치를 조절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며 “올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지만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고 1분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당장 1분기에는 금리를 동결하며 버티고, 3월 양회 이후나 대외 무역 환경이 더 악화되는 시점에 맞춰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인데요.
중국 당국이 LPR을 ‘비장의 무기’로 아껴두고 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시중은행들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중국 상업은행들의 NIM은 지난해 2분기 기준 1.42%로 중국 당국이 세운 마지노선(1.8%)을 훨씬 밑도는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인민은행 입장에선 경기 부양도 중요하지만 은행권 부실을 막는 ‘금융 안정’이 더욱 우선순위에 있기에 LPR 인하를 쉽게 단행하지 못하는 것이죠.
환율 문제도 있습니다. 위안화는 지난해부터 상대적으로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이날 현재 달러·위안 환율은 6.897위안으로 1년 전(7.3 안팎) 대비 크게 하락했습니다. 위안화의 상대적 강세는 중국 금융시장에 해외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위안화의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는데요. 중국 당국도 최근 공산당 기관지를 통해 ‘강한 위안화’를 언급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년 전 발언을 재조명하는 등 위안화 강세를 적극 용인하는 분위기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민은행 입장에선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LPR 인하를 쉽사리 단행할 수 없는 셈이죠.
이같은 분위기 속 시장의 관심은 내달 4일부터 열릴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발표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에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그간 고수해 온 5% 안팎 성장 목표 대신 4.5%~5% 수준의 보수적인 목표치를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5%에서 올해 4.5%로 둔화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세 효과와 무역 불확실성이 성장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공산당 중앙당교(공산당 고위 간부 중앙 교육기관) 국제전략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저우톈융 둥베이 재정경제대 국가경제공학연구소 소장 역시 “중국의 장기 성장 궤도는 시장 개혁 도입에 달려 있다”며 “이와 관련한 조치가 없다면 제15차 5개년계획(2026∼2030년)과 그 이후 10년 동안 연간 잠재성장률은 2.5%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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