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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영유권 분쟁지 갔는데... 로밍 문구엔 “웰컴 투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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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21일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티투섬에서 한 필리핀 병사가 망원경으로 연안을 감시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자국 선박을 티투섬 인근 해역에 배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필리핀 의원과 정부 관계자 등이 포함된 낙도 주민 방문단이 비행기 도착 후 휴대전화에 ‘중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China)’는 로밍 안내 문구가 뜨자 격앙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24일 보도했다. 이 섬은 본토에서 약 450㎞ 떨어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일부인 티투섬으로 필리핀이 실효 지배 중이다. 필리핀은 남중국해를 ‘서필리핀해’로 부르며 중국과 치열하게 영유권을 다투고 있다.

지난 21일 로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과 제이 타리엘라 필리핀 해안경비대 대변인 등이 포함된 일행이 생활용품 등을 싣고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티투섬에 도착한 직후 탑승자들의 휴대전화로 해당 문구가 떴다. 주민 400여 명이 거주하고 면적은 0.37㎢(축구장 약 50개 규모)에 불과한 이 섬은 필리핀 본토에서 워낙 거리가 멀어 중국이나 베트남 통신망에 연결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격화하는 필리핀과 중국의 영유권 갈등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혼티베로스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는 파가사(티투섬의 필리핀명·‘희망’이라는 뜻)와 칼라얀 군도(스프래틀리 군도의 필리핀명)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티투섬은 스프래틀리 군도 내에서 대만이 점유 중인 이투아바섬 다음으로 큰 섬이다. 중국과 필리핀 외에도 대만과 베트남 등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섬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후에는 미국과 중국의 해양 패권 경쟁의 최전선으로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제1도련선’(일본 규슈 남단부터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방어선)에서의 중국 견제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티투섬은 제1도련선의 핵심 요충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필리핀은 전략 대화를 열고 ‘제1도련선 침공 억제’ 문제를 핵심 의제로 거론하면서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이 티투섬 인근 해역에서 활동을 확대해온 것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됐다.

중국은 2014년부터 섬에서 14해리(약 26㎞) 떨어진 암초 일대를 간척해 인공섬을 만들어 지대공 미사일과 활주로 등 군사 시설을 설치했다. 현재도 연안에 해경 선박과 인민해방군 해군 함정, 일부 중국 어선을 배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필리핀 선박과 중국 선박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한 필리핀 어민은 로이터에 “중국 선박이 머물고 있어 어장이 풍부한 곳으로 나갈 수 없다. 낚시를 시도하면 중국 드론이 머리 위를 비행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필리핀 정부는 이달 초 외교부에 해양 주권 문제를 전담하는 대변인을 별도로 임명했다. 앞서 2016년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지만, 중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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