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샤리프 공과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아자디(자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
“교실이 텅 빈 이유는 묘지가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 테헤란 대학교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선 호세인(가명)이 말했다. 그는 “눈앞에서 총탄에 맞아 죽은 친구, 동급생, 조국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수업을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란 대학가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사흘 연속 이어지고 있다. 시위는 수도 테헤란에서 북동부 도시 마슈하드로 확산되고 있다. 삼엄한 경비와 사복 경찰들이 대학 정문 밖에 배치된 가운데 대학생들은 이란 국기를 불태우고 “독재자에게 죽음을” “한 명이 죽으면 1000명이 뒤따를 것” “흘린 피는 결코 씻겨나가지 않을 것”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은 2022년 대규모 시위의 슬로건이었던 “여성·생명·자유”를 외치기도 했다.
가디언은 23일 지난달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수천명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을 인터뷰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시위 사망자 수가 7007명이며 5만3777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란 정권의 유혈진압이 극에 달했던 지난달 8~9일 이틀간 발생한 사망자가 3만650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는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다음 세대가 자유와 평화 속에서 살 수 있도록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입니다.”
호세인이 말했다. 그는 이란 정권이 희생된 시위대를 외국의 지원을 받은 ‘테러리스트’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 “그들은 우리가 흘린 피를 외국의 지원을 받은 것이라고 불렀다”며 “정권이 더 이상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죽이고 테러리스트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명문 공대인 샤리프 공대 학생 레일라(가명)는 캠퍼스에서 침묵시위로 시작된 시위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시위로 확대됐다며 “이토록 큰 슬픔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위를 미리 계획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자마자 모두 시위를 이어갔다”며 “사람들의 목소리를 침묵시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교에서 시위대가 충돌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 게시된 영상을 AFPTV 팀이 검증한 이 사진에는 최근 시위 도중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친정부 및 반정부 성향의 학생들이 뒤섞여 있다. 이번 시위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
일부 학교에서는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가 충돌하며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샤리프대에서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준군사 조직인 바시지 민병대 소속 학생들과 반정부 시위대의 충돌이 주말 동안 이어졌다. 레이라는 “우리 학생들 중 많은 수가 다치고, 바시지 소속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며 양측에서 병과 돌을 던지며 충돌했다고 전했다.
마슈하드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레자(가명)는 “아무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1월8일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우리 중 많은 이가 두려움을 느끼지만, 함께 모인 군중이 되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두려워하지 마, 우리는 모두 함께야’라고 외친다”고 말했다.
당국이 대학들에 시위대 사진 촬영을 금지하도록 지시하면서 이란 언론의 대학가 시위 보도는 최소한으로 제한됐다.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는 대학 문밖을 벗어나진 않고 있다.
한편 미국이 중동에서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최대 공군력을 집결시키고 항공모함 2대를 배치하며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국민들은 실제 미국 공격이 이뤄져 정권이 붕괴할 경우 초래될 혼란과 폭력에 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이란인들이 테헤란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과 타당성에 대한 토론이 모임의 주요 주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영화계에 종사하는 한 여성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이란에 폭격을 가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이란인 1200명(HRANA 추산)이 사망한 참사가 되풀이될까 두렵다”며 “변화가 내부에서부터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미 합참의장 “미 탄약 부족, 이란 공격 위험” 우려에···트럼프 “가짜뉴스”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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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의 봄’ 올 때까지···이란 캠퍼스에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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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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