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채용 박람회 '마이나비 박람회'가 열린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기업 관계자(왼쪽)가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을 호객 행위하듯 부르고 있다. /도쿄=류정 특파원 |
“학생, 10분만 시간 내주세요, 아니 5분만!”
“10초만요. 우리는 영업, 기획, 마케팅 다 합니다.”
22일 낮 1시, 일본 최대 전시장인 도쿄 빅사이트의 서쪽 홀. 3월 대학 졸업 시즌을 앞두고 일본 최대 규모 신졸(新卒) 채용 박람회 ‘마이나비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까만색 정장을 갖춰 입은 앳된 남녀 대학생들이 줄지어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수백개 기업들이 전동 칫솔·구두솔·빵 등 각종 선물을 쇼핑백에 담아 대학생 고객을 앞다퉈 유치하려 애쓰고 있었다. 대졸자 취업률 100%로 상징되는 고질적인 인력난 탓에 학생보다 회사가 더 애가 타는 모습이었다. 자동차 종합상사 네쿠스테이지의 채용 담당자 고바야시씨는 “실적이 성장세라 고용을 더 하고 싶지만, 지원자가 부족해 채용을 많이 늘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
◇대학 2·3학년 입도선매 채용
학생들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즐거워 보였다. 기자와 만난 사이토(21) 양은 “원하는 기업에 못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있지만, 취업을 못 할 거란 불안은 없다”고 했다. 한국은 많은 대학생이 취업을 못 한다고 하니 놀라는 표정이었다.
일본 주요 기업들은 대학 3학년생부터 채용을 내정하고, 인턴 과정을 거쳐 입사시키는 문화를 갖고 있다. 종신 고용 문화 속에서 회사가 원하는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인재를 ‘입도선매’한 뒤 조기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이날 박람회도 3학년을 주 타깃으로 했다. 그런데 최근엔 입도선매가 2학년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난 2학년 스즈키 양은 “기업들이 인재를 선점하려고 2학년도 채용을 내정하고 있다”며 “학생들도 원하는 기업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일찍 취활(취업 활동)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했다.
◇작년 ‘일손 부족 도산’ 기업 400곳 달해
한 건축 자재 기업 부스는 학생들이 없어 텅 비어 있었다. 직원 우찌 아마떼씨는 “요즘 학생들은 AI(인공지능)나 IT(정보기술) 기업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며 “제조업은 점점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미쓰비시·캐논 등 대기업이나 식품·애니메이션·게임 관련 기업 부스엔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학생들이 북적였다.
비인기 업종 기업들은 다양한 복지를 내세웠다. 기술 인력 파견 업체인 아루토나는 ‘주 5일 보장’ ‘연간 휴일 126일, 달력대로 쉼’ ‘주택 수당 지원’ ‘전근 지역 제한’ 같은 내용을 부스에 크게 붙여 놓았다. 이곳 직원은 “잔업이 많고, 멀리 전근 보내는 ‘블랙 기업(악덕 기업)’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대학 3학년 노구치씨는 “급여가 1순위지만, 야근하는 회사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일본의 인력난은 10여 년 전부터 지속된 일이지만, 최근 경기가 살아나면서 더 심해지고,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 일본의 신용 조사 기업 제국데이터뱅크가 올 초 1만여 기업을 조사한 결과, 52.3%가 “정규직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중소 영세업체들은 일손이 부족해 도산하는 경우가 생겨날 정도다. ‘인력 부족’이 원인이 돼 도산한 기업은 최근 3년 연속 역대 최다였고, 지난해엔 25% 급증해 처음으로 400건을 넘었다. 주로 운송·물류·건설·요양 업종에서 계약이나 수주 물량을 인력이 없어 이행하지 못한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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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류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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