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고위 당국자 등 소식통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국가 안보 책임자인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을 비롯한 측근과 군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지침을 전달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P연합뉴스 |
미국의 공습 위협이 고조된 국면에서 어떠한 군사적 공격에도 이슬람 공화국 체제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보장하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자신이 직접 임명하는 군 지휘부 및 정부 역할에 대해 4단계로 승계 서열을 지정했다. 또 지도부 모든 인사에게 최대 4명의 후임자를 지명하라고 전했다.
아울러 본인이 살해당하거나 연락 두절될 경우에 대비해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소수의 최측근 그룹에 책임을 위임했다.
이란 지도부는 하메네이가 사망할 경우 누가 직무대행으로서 신정체제를 관리할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목록 최상단에는 하메네이가 국가를 이끌 적임자로 신뢰하는 라리자니가 있으며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그 다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메네이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라리자니의 책임 범위는 지난 몇 달간 꾸준히 확대됐다.
라리자니는 최근 반정부 시위 진압을 맡았으며, 현재 러시아, 카타르, 오만 등과 접촉하며 미국과의 핵 협상을 감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FP연합뉴스 |
미국의 중동 지역 내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미국과 벌이는 전쟁 상황에서 이란을 관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 같은 하메네이의 비상 대책 수립은 이란의 고위 군사 지휘 체계를 몇 시간 만에 무력화한 작년 6월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에서 교훈을 얻은 결과라고 NYT는 설명했다.
당시 휴전 후 하메네이는 라리자니를 국가 안보 책임자로 임명하고, 전쟁 중 군사 업무를 관리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 고문 알리 샴카니 제독이 이끄는 새로운 국방위원회를 창설했다.
이란과 미국은 아직 핵 협상 중이지만, 이란은 미국의 군사 공격을 피할 수 없으며 타격이 임박했다는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이라크 접경 서부 국경, 미군 기지 등이 사정권에 있는 남부의 걸프해역 해안을 따라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배치하고 있다.
이란 전문가인 발리 나스르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교수는 “하메네이는 눈앞의 현실을 다루며 자신이 순교자가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며 “그는 전쟁의 결과 승계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인지하고 권력을 분산하며 국가가 승계와 전쟁모두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호가 23일(현지시간) 그리스 크레타섬 수다만에 입항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미국이 2개 핵 항모 전단을 중동에 집결 시키고 군사 작전 개시 여부를 고심하는 가운데, 이란은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규모와 관계없이 ‘침략 행위’로 간주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란에 제한적인 작전에 돌입한다면 이란은 협상 테이블을 떠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두 가지 사안은 근본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면서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공격은 침략 행위에 해당하며, 당연히 그에 따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을 두고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미국의 제재 해제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이란이 핵프로그램으로 무기를 개발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오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회담한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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