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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잘못 건드렸다가…론스타 이어 엘리엇도 역풍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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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봄 기자]

#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투자분쟁(ISDS) 무대에서 미국계 사모펀드를 상대로 연거푸 승리를 거뒀다.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론스타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엘리엇이 제기한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도 승소하며 결정적인 반전을 만들어냈다.

# 승소율 3%라는 벽을 딛고 거둔 막판 역전극이자, 1600억원에 달하는 세금 지출을 일단 막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 노후인 국민연금을 지켜낸 소중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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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 취소소송 승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법원은 23일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ISDS 사건 중재 판정을 일부 취소하고 사건을 중재 절차로 환송했다. 앞서 중재 판정부는 2023년 한국 정부에 약 690억원과 지연이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고, 이자까지 합치면 배상액이 올해 2월 기준으로 1600억원 규모로 불어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기존 판정은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됐다. 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 판정에서 인정된 정부의 배상원금 및 이자 등 합계 약 1600억원의 배상의무는 잠정적으로 소멸돼 다시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의 출발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다. 엘리엇은 당시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한 배경에 정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1조원대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중재 판정부는 일부 책임을 인정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쟁점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가 국제투자협정상 '국가기관의 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정부와 별도의 법인격을 갖고 있고, 그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전제한 중재 판정부의 판단에 제동을 걸었다. 그 결과 사건은 다시 중재 절차로 돌아가게 됐다.

특히 이번 승소는 '3%의 벽'을 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국 법원의 중재판정 취소 인용률은 최근 2년간 약 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1심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었고, 환송심에서 본안 판단을 통해 취소 인용을 이끌어냈다. 8년 가까이 이어진 분쟁에서 끈질긴 대응 끝에 반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법무부는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등 투자활동은 ISDS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를 확립해,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기금이 안전하게 운용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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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법원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국가기관의 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진 | 뉴시스]


우리 정부는 앞서 론스타가 제기한 ISDS에서도 청구액 대부분을 방어하며 대형 국제분쟁을 치른 바 있다. 당시에도 수조원대 청구에 직면했지만 일부 책임만 인정받는 데 그쳤고, 이후 취소 절차를 통해 대응을 이어왔다. 잇단 분쟁을 거치며 정부가 국제투자분쟁 대응 역량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이번 판결이 최종 결론은 아니다. 환송된 중재절차에서 국민연금을 빼고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행위만을 기준으로 인과관계와 책임 범위가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엘리엇 측의 추가 대응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론스타에 이어 엘리엇까지, 거액의 배상 청구를 제기한 해외 사모펀드를 상대로 연거푸 판을 뒤집은 것은 분명한 성과다. 국제 분쟁 무대에서 한국 정부는 더이상 수세적 당사자가 아니며, 적극적 법리대응으로 국익을 방어하는 만만찮은 상대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sp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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