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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 헝가리, 우크라 153조 대출·대러 제재 모두 막아… 총선·EU 압박 등 '다목적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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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 내 가장 대표적인 친러·친푸틴 정권으로 평가되는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연합(EU)의 900억 유로(약 153조원) 대출과 제20차 대러시아 제재를 잇따라 막아섰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말 파괴된 드루즈바(Druzhba) 송유관에 대한 즉각 보수에 나서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었지만 유럽 외교가에서는 오르반 총리가 그 외에도 여러 정치적 노림수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전략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을 빚고 있는 EU·우크라이나와 헝가리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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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오르반(왼쪽) 헝가리 총리가 지난 2024년 7월 5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헝가리 "드루즈바 송유관 재개 때까지 EU 결정 차단"

23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월요일 열릴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20차 대러 제재 패키지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헝가리·슬로바키아로의 원유 수송을 재개할 때까지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만 4년이 되는 날(24일) 이전에 대러 제재가 통과되길 기대했지만 헝가리의 이 같은 입장 발표로 이 같은 일정은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있어야 한다.

이에 앞서 헝가리 정부는 지난 20일에는 EU가 지난해 12월 19일 만장일치로 결정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900억 유로 대출안의 집행을 막아섰다.

EU는 당시 우크라이나 대출에 반감을 표출하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 등 3개국을 직접적인 대출 상환 책임에서 제외하는 조건으로 대출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 대출이 집행되려면 '2021~2027 다년도 재정 프레임워크(MFF) 수정안' 등 세가지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하다.

헝가리가 이 점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대출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당초 EU는 2월 중 대출안을 확정짓고, 오는 4월 이전에 1차 대출을 실행할 계획이었다.

오르반 총리는 "우리는 드루즈바 송유관이 폐쇄된 상황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연료를 확보하고 수송이 재개될 때까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는 자국의 이 같은 결정이 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드루즈바 송유관이 파괴됐다. 이 송유관은 러시아를 출발해 우크라이나를 거쳐 헝가리·슬로바키아 등으로 연결된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가 고의로 이 송유관의 보수와 수송 재개를 미루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EU 대표부는 지난 20일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직원들이 현장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는 즉시 송유관을 수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수리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 총선 카드 활용·EU 압박 등 '다목적 카드' 관측도

오르반 총리가 이번 사태를 '다목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오르반 정권은 오는 4월 12일 실시되는 헝가리 총선에서 16년 만에 패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티서(Tisza) 당이 집권 여당인 피데스(Fidesz)를 7~1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런 상황에서 오르반 정권은 자신들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EU와의 갈등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U는 가능한 한 빨리 우크라이나를 정식 회원으로 가입시키려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값싼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와 헝가리 농민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오르반 정권은 또 이번 기회를 이용해 그 동안 EU 집행위가 헝가리의 부패와 사법권 독립 침해 등 민주주의 후퇴를 이유로 동결한 170억 유로 이상의 EU 기금을 지급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500억 유로 규모의 공동무기조달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의 일환으로 헝가리에 160억 유로를 제공하는 내용도 진전을 바라고 있다.

FT는 "헝가리는 그 동안 제재 패키지의 일부를 반복적으로 저지하거나 제재 연장에 반대하거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차단해 왔다"며 "때로 이 같은 반대는 EU 집행위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ihjang6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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