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터치 홈페이지 갈무리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국 학교 사진 촬영 전문 업체 라이프터치(Lifetouch)가 근거 없는 온라인 음모론의 표적이 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문제는 라이프터치의 기업 구조에서 비롯됐다. 라이프터치의 모회사 셔터플라이(Shutterfly)는 사모펀드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가 소유하고 있다. 아폴로의 전 최고경영자(CEO) 레온 블랙은 엡스타인의 최대 금융 고객 중 한 명이었다. 온라인 탐정들은 이 연결고리를 근거로 라이프터치가 엡스타인의 아동 인신매매 조직에 연루됐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주장의 근거는 매우 취약하다고 WSJ는 전했다. 엡스타인 파일에는 라이프터치 임원들과의 교신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아폴로의 셔터플라이 인수 시점은 2019년 9월로, 엡스타인 사망 후 1개월 지나서 이뤄졌다. 블랙 전 CEO 역시 5년째 아폴로 포트폴리오를 관할하지 않고 있다. 블랙은 아폴로가 고용한 외부 로펌 조사에서 엡스타인에게 서비스 대가로 1억5800만달러(약 2277억원)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2021년 CEO직에서 물러났다. 해당 조사에서 블랙이 엡스타인의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라이프터치 CEO 켄 머피는 지난 9일 “라이프터치 임원 중 엡스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접촉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아폴로를 포함해 어떤 제3자에게도 학생 이미지를 공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폴로 측도 “마크 로완 현 CEO나 아폴로의 다른 누구도(레온 블랙 제외) 엡스타인과 사업적 또는 개인적 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소문은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 3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18분짜리 영상이 도화선이 됐고, 이후 레딧·틱톡 등 각종 플랫폼으로 퍼졌다. 지난 5일 게시된 한 엑스 게시물은 조회수 140만회를 기록했다. 일부 게시물은 블랙이 라이프터치 CEO라는 잘못된 정보를 담기도 했다.
학부모들의 압박 속에 학교 현장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텍사스·켄터키·애리조나 등에서 수십 개 학교가 라이프터치와의 계약을 취소했다. 미시간주 디어본 공립학교는 지난 16일 ‘충분한 주의 차원’에서 라이프터치와의 거래를 무기한 중단했다. 반면 뉴저지주 클리프턴 공립학교는 라이프터치 관계자와 직접 면담한 뒤 “위법 행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정보 혼란의 단면이라고 분석한다. 레이철 모란 워싱턴대학교 교수는 “사람들은 적절한 맥락과 지침도 없이 방대한 단서 더미를 받아들었고, 모든 증거 조각을 범죄 음모에 끼워 맞추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은 약 350만 페이지에 달하지만, 상당수가 불완전하게 편집된 상태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였던 엡스타인은 자신의 자택과 별장 등에서 미성년자 수십 명을 비롯해 여성 다수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2019년 성 인신매매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던 중 감옥에서 사망했다. 엡스타인은 세계 각국 권력층과 광범위한 인맥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라이브러리 파일’ 가운데 일부가 가려진 문서 (사진=AFP)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