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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친화 배당·강력한 개미 보호법이 대만 증시 키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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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식 밸류업’을 배우다]②
장신티 대만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장 인터뷰
정부 주도 설립…허위공시·주가조작시 집단소송
19만명 대신해 307건 소송…1.5조원 배상받아
모든 상장사 주식 보유…주총 참석해 의견 제시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꼽히던 한국과 대만은 닮은 점이 많다. 비교적 작은 땅덩어리와 부족한 천연자원 속에서도 정보기술(IT) 분야에 매진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수출이 국가 경제를 주도하고 그중에서도 반도체 산업이 대들보 역할을 한다는 점, 가족 기업이 많다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증시만 놓고 보면 대만의 성적표가 훨씬 뛰어나다.

대만은 2000년대 초부터 정부 주도로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나서면서 증시의 체질을 바꿨다. 그 중심에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소액주주 보호 창구인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SFIPC)’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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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장신티(Chang Hsinti) SFIPC 센터장은 2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대만의 자본시장 및 기업지배구조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데는 강력한 법적 보호 장치와 적극적인 주주 행동주의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SFIPC는 법적 근거를 두고 설치됐고 법에 따라 투자자를 대신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국가의 투자자 보호기관과 차별점”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은 17건·대만은 307건…집단소송 활발

SFIPC는 지난 2003년 ‘증권투자자 및 선물거래자 보호법’에 따라 설립된 준공공기관이다. 기업의 허위·부실 공시, 내부자 거래, 주가 조작 등으로 주주 피해가 발생하면 일반주주를 대신해 집단소송과 주주대표소송, 이사·감사 해임소송 등을 제기하며 적극적인 주주 행동주의를 실천한다. 대만 증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 주주 보호 필요성이 크다는 데서 출발했다.

장 센터장은 “1990년대 대만에서는 일부 증권사가 파산하며 결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투자자 보상을 위한 자금 투입이 필요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불법 행위가 증가했으나 개인 투자자들이 개별 소송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행정·민사 영역을 아우르는 전문기구를 만들었다”고 출범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SFIPC는 투자자 18만6455명을 대신해 총 307건의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이중 90건의 승소 확정(일부 또는 전부) 판결을 이끌어냈다. 국내에서 증권집단소송법이 제정된 후 20년간 소송이 17건에 불과했던 점과 대조적이다. SFIPC가 법원에 제기한 청구 배상액만 801억 대만달러(약 3조6558억원), 이중 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배상액은 343억 대만달러(1조5655억원)에 달한다.

실제 2023년 ‘파말리 인터내셔널’이 허위 재무제표로 투자자 손실을 일으키자 SFIPC는 4700명의 투자자를 대신해 54억 대만달러(약 2460억원) 규모의 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2006년에는 무려 2만4772명의 투자자를 대신해 ‘퍼시픽전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74억5000만 대만달러(약 3394억원)의 배상 명령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주주대표소송도 누적 95건 제기했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음에도 회사가 해당 이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때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SFIPC는 이사·감사의 중대한 선관의무 위반에 대해 주주대표소송을 청구해 총 19억8000만 대만달러(약 904억원)의 손해배상액을 회사 재산으로 돌려놨다.

장 센터장은 “해임소송의 경우 120건을 제기해 52건에서 승소했다”며 “확정 판결로 해임된 이사·감사는 3년간 대만 증권거래소(TWSE)와 타이베이거래소(TPEx) 상장사 및 흥궤(興櫃·상장 전 예비공개시장) 기업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임소송 중 일부는 이사·감사가 자진 사임하거나 재선에 출마하지 않아 마무리됐다”며 “이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수사기관과 협력…주총 참석해 목소리 내기도

SFIPC는 법률에 규정된 기관인 만큼 운영 과정에서도 정부 및 유관기관의 지원을 받는다. 설립 당시 대만 금융감독관리위원회(FSC)와 TWSE, 선물거래소(TAIFEX), TPEx, 중앙집중예탁결제회사(TDCC) 등 관련 기관이 공동으로 10억3000만 대만달러(약 470억원)를 출연해 보호기금을 설치했다. 또 TWSE, TAIFEX, TPEx 등은 관련 법에 따라 거래 수수료의 일정 비율을 매월 보호기금에 적립한다. 현재 기금 규모는 94억6000만 대만달러(약 4317억원)를 넘어섰다. 덕분에 피해자들은 무상으로 소송에 참여해 절차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감독기관 FSC는 물론 사법·수사기관과 유기적인 협력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장 센터장은 “SFIPC는 수사권이 없다”면서도 “검찰 및 수사기관이 형사 책임을 추궁하는 동안 이들로부터 받은 증거를 바탕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TWSE, TPEx, TDCC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거래료와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집단소송을 진행한다”고 부연했다.

SFIPC의 역할은 사후 구제에 그치지 않는다. 주주 자격으로 연간 70~80곳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기업을 사전에 감시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주주 행동주의를 실천한다. 이를 위해 SFIPC는 TWSE, TPEx에 상장됐거나 흥궤 시장에 등록된 2500여 개 전체 기업의 주식을 1000주씩 보유하고 있다.

장 센터장은 “주주 자격으로 기업에 질의서를 보내 설명이나 개선을 요구한다. 필요 시 직접 주총에 가서 의견을 제시하거나 권고하면서 기업이 중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주주권 보호를 고려하도록 유도한다”며 “2020년에는 타퉁(TATUNG) 주총에서 주주 의결권을 침해한 사안에 대해 해임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확정 판결을 이끌어 냈다”고 전했다.

현재 SFIPC에는 변호사 18명, 회계·재무 전문가 4명 등을 포함해 정직원 49명이 근무하고 있다. 장 센터장은 변호사이자 국립타이베이대학 법학과 교수로 20년 이상 회사법·증권법 분야에서 연구와 실무를 병행해 왔다. 투자자 보호와 공익 실현이라는 사명으로 2021년 센터장에 취임했다.

장 센터장은 “주주권 행사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대만 자본시장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국 자본시장 개혁을 위해서는 “정부가 법적,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유관기관 간 협력, 소송 비용 완화, 전문 인력 확충 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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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티 대만 증권선물투자자보호센터(SFIPC) 센터장. (사진=SFI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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