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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당국, 48시간 새 3만6500명 살상···홀로코스트 수준 대량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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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인터내셔널, 혁명수비대 보고서 인용 보도
미 타임지도 이란 보건부 고위 관계자 인용
“8~9일 3만명 이상 사망”
유사 사례 홀로코스트에서나 찾을 수 있어
인터넷 일부 복구되며 참상 추가 공개
화재 피해 도망치는 상인들 향해 무차별 발포도
경향신문

지난 1월 9~11일(현지시간) 촬영돼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에서 캡처한 이 화면. 테헤란 외곽 카흐리자크에서 벌어진 당국의 강경 진압 이후 시신 수십 구와 조문객들이 모여 있는 영안실 내부를 보여분다. AP연합뉴스


이란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3만65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란 당국의 유혈진압이 극에 달했던 지난 8~9일(현지시간) 이틀 사이에 발생한 사망자로, 이 같은 단기간 대량 살상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나 전례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반체제 매체인 이란인터내셔널은 25일 지난 8~9일 이틀간 이란 전역에서 보안군의 유혈진압으로 3만6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정보기관이 지난 11일 최고국안보위원회와 대통령실에 제출한 보고서에 이 같은 수치가 명시적으로 언급돼 있다고 전했다. 이란 내무부의 소식통 또한 이란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일 기준 사망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 역시 비슷한 수치의 사망자 수를 보도했다. 이날 타임지는 이란 보건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지난 8~9일 이틀간 최대 3만명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지는 이 수치가 이란 의사와 응급 구조대원들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사망자 수 3만304명(지난 23일 기준)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치는 이란 당국이 밝힌 사망자 수를 열 배 이상 웃돌며, 인권단체들이 추산한 사망자 수보다도 훨씬 많다. 지난 21일 이란 당국은 시위로 311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는 시위 29일째를 맞은 이날까지 5848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중 77명이 미성년자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1만7091건의 사망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48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3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타임지는 유일한 유사 사례를 홀로코스트에서 찾을 수 있다며, 1941년 9월29일~30일 나치가 키이우 외곽의 바빈 야르 계곡에서 우크라이나 유대인 3만3000명을 총살한 것을 예로 들었다. 국제엠네스티 이란 연구원이자 변호사인 라하 바레니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자행한 학살”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경향신문

2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이슬람혁명 광장에, 손상된 미 항공모함과 갑판 위에서 작동이 멈춘 전투기들, 그리고 페르시아어와 영어로 “바람을 뿌리면 회오리를 거두게 될 것이다”라고 적힌 문구가 담긴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이란 당국이 지난 8일부터 인터넷을 차단한 가운데 통신망이 일부 복구되면서 시위 관련 현장 영상이 추가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인터넷에 공개된 이란 시위 관련 영상을 분석해 진압 당시의 참상을 보도했다.

NYT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9일 최고국가안보위원회에서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시위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린 후 보안군은 사살 명령을 받고 전국적으로 유혈 진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300개 이상 영상을 수집, 160개 영상을 자체 검토한 결과 보안군은 오토바이를 두 명씩 타고 이동하며 총기, 곤봉, 최루탄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했으며, 저격수가 옥상에서 6분 넘게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고 전했다.

WP는 테헤란 북서부 도시 라슈트의 한 시장에서 보안군이 화재를 피해 시장 밖으로 대피하려는 시위대 수십명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목격자는 “보안군이 칼라시니코프 소총으로 발포했다. 도망치던 사람들까지 포함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전했다.

사망한 시위대 대부분은 10대 초반에서 20대 초반이었다. NYT는 국가 대표 출신인 21세 농구 선수,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팀 소속의 17세 선수, 이탈리아어를 전공한 19세 대학생, 26세 영어 교사 등 사망자를 언급하며 이들이 “더 나은 삶, 풍요로운 미래, 자유를 꿈꾸며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AP 통신은 반정부 시위가 다음달 17일 즈음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에서는 사후 40일이 지나면 추도식을 거행하는데, 지난 8일 발생한 사망자의 추도식이 이날 열릴 예정이다. 현재 이란 전역에서 장례식이 치러지는 가운데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란 구호가 외쳐지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 기관총 난사에 ‘확인 사살’까지···“대지진보다 더 심한 참상이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151720001



☞ [뉴스 깊이보기] 이란 ‘최악 유혈사태’에 숨겨진 키워드 셋···은행 파산·가뭄·인터넷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170600041#ENT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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