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 /AP 연합뉴스 |
이란 정권이 반(反)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숨진 시위대 시신을 사실상 인질 삼아 정권에 유리하게 쓰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25일(현지 시각)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했다가 보안군 손에 사망한 파르하드의 가족은 2주가 지나도록 시신을 넘겨받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유족에게 “시신을 돌려받으려면 문서에 서명하라”고 요구 중인데, 문서엔 파르하드가 반정부 시위자가 아닌 보안군 소속이었으며 시위대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는 조작된 내용이 담겨있다.
파르하드의 부친은 “나는 절대 그들의 문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독재자를 위해 죽으라고 아들을 키우지 않았다. 아들은 정권의 어떤 부분에도 소속된 적 없다”고 분노했다.
25세 대학생 자바드의 가족도 친구들과 거리 시위에 나선 그가 돌아오지 않자 나흘간 병원과 영안실을 뒤졌다. 그렇게 5일째 되던 날 정보부 관계자들로부터 자바드가 다른 시위대에 의해 살해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보부는 자바드가 이미 매장됐다며 시위 중 사망한 보안군 구역의 묘를 보여줬다고 한다.
자바드의 삼촌은 “그는 시위대에 의해 죽지 않았다. 그가 함께 나간 사람들은 모두 친구들이었다”며 “의사들은 그가 가슴에 총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공화국의 순교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노르웨이 기반 단체 이란인권(IHR)의 마무드 아미리모가담 이사는 이란 전역에서 비슷한 패턴의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이 보안군 사망자 수를 부풀리고 시위자 사망자 수를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행위는 정권이 시위자 살해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피하려는 것”이라며 “향후 시위자 처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기도 하다”고 했다.
앞서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자 시신을 금전적 거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들도 나온 바 있다. 실제로 한 유족은 가족의 시신을 찾기 위해 8000파운드(약 1500만원) 이상을 강제 지불했으며, 또 다른 유족은 1만6000파운드(약 3100만원)를 내고서야 시신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한 목격자는 “그들은 사람들의 은행 계좌를 확인하고 더 부유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고 증언했다. 텔레그래프는 당국의 ‘몸값’ 요구가 단순 수익 창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복종 의지를 시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원샷 국제뉴스 더보기
[문지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