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실랑이 저지하다 ‘연방요원에 사살’ 37살 남성…“친절했던 간호사”

댓글0
한겨레

지난 24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야간 집회에서 미국 국경 순찰대의 총격으로 사망한 37살 알렉스 프레티의 팻말이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24일 이민단속 요원의 총을 맞고 숨진 미국 시민은 37살의 보훈병원 간호사로 확인됐다.



24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등은 미니애폴리스에서 사망한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가 보훈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아버지 마이클 프레티는 “아들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꼈고, 미니애폴리스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에 다른 이들처럼 분개했다.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숨진 프레티는 지난 7일 이민단속 요원 총에 맞아 숨진 러네이 굿을 추모하는 시위에도 참여했다.



한겨레

로이터가 입수한 영상을 갈무리한 것으로, 24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단속 작전에 나선 연방 요원들이 알렉스 프레티를 사살하기 직전 제압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로이터는 원본 파일의 메타데이터를 통해 영상의 촬영 장소와 날짜를 확인하고, 건물이나 도로 배치 등을 통해 해당 장소가 맞는지 검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프레티는 미국 시민권자로,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났다. 법원 기록에는 전과가 없었다. 그의 가족은 그가 교통 위반 딱지를 끊은 때 외에는 경찰과 접촉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위스콘신주에 살고 있는 프레티의 부모는 아들에게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참여할 때는 조심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의 아버지는 “약 2주 전에 그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시위는 참여해도 직접적으로 충돌하거나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라고 했다. 아들은 그 점을 알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 아들은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프레티의 가족은 에이피 통신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아들의 사망 소식을 처음 들었다. 온라인 등에 올라온 영상을 확인해 보고 아들인 것 같다고 판단하고 미네소타 주 당국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국경순찰대(USBP)에 연락해 보라’는 답만 들었다. 국경순찰대는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민단속국)과 함께 이민 단속 작전을 벌이는 법 집행기관 연방 기관 중 하나다. 국경순찰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병원들도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않았다. 가족들은 결국 헤네핀 카운티 검시소에 전화해 그곳에 아들의 시신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24일 저녁 현재까지 연방 정부 관계자로부터는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



영상에서 프레티는 이민단속 요원들이 시위하는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일 때 그 장면을 촬영하며 함께 서 있었다. 한 요원이 주황색 가방을 멘 한 사람을 거칠게 밀어 이 사람이 넘어질 듯 비틀거리자, 프레티는 그 사이로 들어가 말리려는 듯 손을 뻗었다. 그러자 요원은 이번엔 프레티의 눈에 최루 스프레이로 보이는 것을 뿌리고, 팔을 등 뒤로 꺾은 뒤 또다시 최루 스프레이를 뿌려 프레티를 넘어뜨렸다. 몇초 뒤 여러 명의 요원들이 프레티를 둘러싸고 짓누른 채 폭행했다. 그러다가 첫번째 총성이 울린다. 영상에는 요원들이 총을 겨눈 채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 보이고, 여러 번의 총성이 더 이어졌다. 국토안보부는 프레티가 9mm 반자동 권총을 소지한 채 “접근”했다며 무장 해제에 저항하려 해 “방어적인 발포”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영상에서 프레티가 총기를 꺼내들었다거나 공격하려는 듯한 모습은 찾기 어려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서장은 프레티가 합법적인 총기 소지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겨레

로이터가 입수한 영상을 갈무리한 것으로, 24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단속 작전에 나선 연방 요원이 알렉스 프레티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로이터는 원본 파일의 메타데이터를 통해 영상의 촬영 장소와 날짜를 확인하고, 건물이나 도로 배치 등을 통해 해당 장소가 맞는지 검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가족들에 따르면, 알렉스 프레티는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자랐으며, 보이스카웃이자 합창단 단원이었다. 프레블 고등학교에서 미식축구·야구·육상을 했다. 졸업 뒤 미네소타대학에 진학해 2011년 생물학 및 사회·환경학 학사 학위를 받고 연구과학자로 일했다. 이후 간호학을 공부해 2021년 정식 간호사가 됐다. 취미 생활로 산악자전거를 좋아했고 야외 활동을 즐겼다고 한다.



프레티는 자신이 총격을 당한 곳에서 약 3.2km 떨어진 4세대 주택형 콘도미니엄에서 살고 있었다. 3년 전 이혼하고 혼자 살았지만, 때때로 친구들을 초대하는 등 사람들과 교류했던 인물로 외톨이는 아니었다. 아랫집에 사는 수 기타르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건물에 가스 누출이 의심된다던지 동네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이었다고 에이피통신에 전했다. 또다른 프레티의 이웃은 방송국 시비에스(CBS)와의 인터뷰에서 프레티가 “언제나 기꺼이 남을 돕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예전에 프레티가 키우던 개가 1~2년 전 세상을 떠났는데, 나이를 들어 움직이기 힘들어진 개를 마당에 데리고 나가 신선한 공기를 쐬게 해주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개가 누우면 알렉스는 그 옆에 앉아 오랫동안 쓰다듬어 주곤 했다. 정말 배려심 깊은 사람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프레티의 전 부인은 이혼 뒤 2년 넘게 연락한 적은 없지만, 프레티가 민주당 지지자이며 2020년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 뒤 터져나왔던 시위에도 참여했었다고 전했다. 전처는 프레티가 시위에 나간 것은 놀랍지 않지만 “시위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거면 몰라도 신체적으로 맞서거나 폭력을 휘두를 사람은 아니다”라고 에이피통신에 말했다.



직장 동료들도 친절했던 사람으로 그를 기억했다. 미네소타 의대 교수이자 보훈병원 감염병 책임자인 디미트리 드레코냐는 “정말 친절하고 도움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환자들을 진심으로 돌봤다”고 말했다. 보훈병원에 그를 채용한 인물인 아스마 쇼캇 박사는 “만나본 사람 중 가장 다정하고 친절하며 온화한 사람”이었다며 “알렉스를 아는 사람으로서, 그는 아마도 요원들로부터 누군가를 돕거나 보호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네소타주 간호사협회(MNORN)는 애도 성명을 내고 프레티를 추모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지금 봐야할 뉴스

  • 헤럴드경제대구 롯데백화점, 미적 감각 더한 ‘아트 프리미엄’ 설 선물 선봬
  • 서울경제백화점도 마트도…외국인 잡아 내수 부진 돌파 나선다
  • 연합뉴스TV508m 높이 건물을 밧줄도 장비도 없이…맨손으로 타이베이 101 꼭대기 우뚝
  • 아이뉴스24세븐일레븐, '이비가짬뽕라면' 유탕면 적중…매출 1위 등극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