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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본게임] ④ 일상을 파고드는 '디지털 달러 확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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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서울의 어느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사이로 작은 화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고 상상해 보자. 그 화면에는 낯익은 원화 잔액 옆에 '달러 연동 디지털 잔액'이 나란히 표시되어 있다. 숫자는 크지 않다. 월급의 일부,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해외 직구 비용 정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이다.

하지만 이 작은 숫자가 의미하는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달러 통장을 따로 만들지 않았는데도, 은행 앱 안에서 또는 간편결제 앱 안에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달러의 디지털 확장판'이 손안에 들어온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한국인이 달러 예금과 해외 주식 또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다. 서학 개미 인구가 날로 늘어가지만 절차는 여전히 번거롭다. 환전 수수료를 따져 봐야 하고 송금을 하려면 은행 영업시간과 각종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공지능(AI) 도구를 이용해 관련 보고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들어오면 같은 일을 훨씬 간단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앱 안의 한 탭에서 원화를 디지털 달러로, 또 다른 탭에서 다시 원화로 바꾸는 일이 카드 결제 취소만큼이나 일상적인 행동으로 바뀌게 된다는 얘기다.

월급의 일부는 '디지털 달러' = 예를 들어 보자. 어느 30대 직장인은 이번 달부터 회사 복지 플랫폼을 통해 급여의 10%를 규제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받기로 했다. 회사는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 요건을 맞춰 승인받은 해외 발행사와 제휴했고, 국내 증권사 및 핀테크 업체가 중간에서 환전과 보관을 담당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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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드는 스테이블코인 [AI 일러스트=황숙혜 기자]


월급날 아침, 그의 스마트폰에는 두 가지 알림이 뜬다. 하나는 평소처럼 원화 급여가 입금됐다는 은행 알림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달 디지털 달러 잔액 300달러가 충전되었다는 내용의 앱 알림이다. 디지털 달러는 연 3% 안팎의 이자를 붙여 주는 머니마켓형 상품과 연결돼 있어 은행 보통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디지털 달러를 세 가지로 나눠 쓰기로 마음먹는다. 첫째, 매달 결제해야 하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을 여기서 자동 차감되도록 설정한다. 환전 수수료를 신경 쓰지 않고, 결제 통화도 그냥 '달러'로 고르면 되는 구조다. 둘째, 미국 ETF를 정기적으로 매수하는 계좌와 연동해 매달 100달러씩 자동 입금으로 보내 둔다. 셋째, 남은 금액은 비상금 겸 여행 자금으로 그냥 모으기로 한다. 필요하면 언제든 원화로 바꿔 국내 계좌로 옮길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는 '해외 송금'이라는 말을 거의 떠올리지 않는다. 화면에는 그저 '원화 지갑'과 '디지털 달러 지갑' 두 개만 보일 뿐이다. 통장 잔고를 통째로 외화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활 패턴 일부를 달러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이사시키는 셈이다. 과거 같으면 번거롭게 환전하고 송금했을 일들이지만 이제 앱 안에서 몇 번의 '터치'로 정리된다.

해외 송금부터 N잡러까지 일상의 변화 =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는 외국인 노동자와 해외 플랫폼에서 에어비앤비나 온라인 강의, 디지털 콘텐츠를 팔아 수입을 올리는 소위 N잡러 혹은 프리랜서에게도 변화는 크다. 지금까지 이들은 국제 송금 서비스와 카드 수수료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몇만 원, 몇십만 원을 벌어도 결제와 송금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본게임에 들어가는 세계에서는 이 구조가 조금씩 바뀐다. 어느 베트남 출신 노동자는 한국의 급여를 원화로 받지만 월말에 가족에게 보내는 생활비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송금 앱을 사용한다. 원화를 앱에 충전하면 서비스 사업자가 뒷단에서 규제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베트남 현지 파트너에게 전송한다. 가족은 현지 은행 계좌나 모바일 머니로 동(VND)을 송금을 받는다.

그가 체감하는 것은 두 가지다. 송금 수수료가 기존 은행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돈이 도착하는 시간이 몇일에서 몇 분으로 단축된다는 것이다. 과거라면 월급날에 은행 창구를 가야 했더나 은행 앱을 붙들고 씨름해야 했지만 지금은 야간이나 주말에도 앱으로 송금이 가능하다. 노동자에게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생활비가 제때 도착하느냐의 문제로 다가온다.

유튜브나 틱톡,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달러 수입을 올리는 창작자에게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전에는 플랫폼이 지급하는 달러 수입을 해외 송금이나 페이팔 계좌를 통해 받아야 했고, 이를 다시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수수료가 붙었다. 이제는 플랫폼이 지원하는 디지털 달러 지갑으로 바로 지급받고, 국내 앱에서 곧바로 일부를 원화로 교환하거나 그대로 달러 자산으로 투자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집으로 가져오는 과정을 매끄럽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중간에 새는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개인의 소득 체감도는 더 뚜렷해진다.

신용카드 대신 디지털 지갑 = 스테이블코인이 일상 속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또 다른 장면은 온라인 결제다. 지금까지 해외 가맹점 결제는 주로 카드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졌다. 환율 우대와 추가 수수료부터 해외 이용 수수료 등 복잡한 요인을 감안해야 했고, 결제 취소나 환불 과정에서도 시차와 수수료 탓에 신경 쓸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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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클의 스테이블코인 [사진=블룸버그]


앞으로 일부 글로벌 플랫폼과 쇼핑몰이 규제된 달러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도입한다면 사용자는 새로운 옵션을 하나 더 갖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를 결제할 때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와 디지털 달러 지갑이 나란히 뜨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그는 카드 대신 디지털 달러 지갑을 선택하고, 지갑에 들어 있던 스테이블코인에서 곧바로 요금이 빠져나간다. 환율 계산과 수수료 구조는 뒷단에서 자동으로 처리된다.

이 경우 소비자는 몇 가지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결제 거절이나 차단 이슈가 줄어들고 구독 취소 시 잔액이 빠르게 돌아오며, 일부 서비스는 수수료 절감분의 일부를 가격 할인이나 리워드로 돌려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가맹점이 이렇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카드 수수료가 특히 높은 디지털 콘텐츠와 게임, 해외 구독 시장에서부터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저축과 투자도 '원화 통장 + 디지털 달러 통장' = 평범한 개인에게 스테이블코인은 투자와 저축 측면에서도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한국 투자자가 달러 자산을 담으려면 외화 예금 가입부터 환전 후 해외 증권 계좌로 송금, 달러 MMF나 채권 매입 과정이 필요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된 이후에는 '원화 통장 + 디지털 달러 통장' 조합이 보다 일반적인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40대 가장은 자녀 유학 자금의 일부를 달러로 보유하려고 마음먹는다. 과거처럼 은행에서 달러 정기예금을 드는 대신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달러 MMF 상품을 선택한다. 이 상품은 스테이블코인을 1:1로 발행해 두고, 준비금으로 미국 단기 국채와 은행 예치금을 보유한다. 그는 앱을 이용해 원화에서 디지털 달러로 일정 금액을 전환하고, 만기와 목표 수익률을 설정한다.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이다. 필요할 때마다 일부만 원화로 환전해 쓰거나 바로 해외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 결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굳이 해외 송금이나 별도의 환전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같은 디지털 달러 잔액을 쓰임새에 맞게 나눠 쓸 수 있다. 물론 환율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이 더 간편해지는 셈이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도 열릴 수 있다. 일부 증권사와 핀테크 업체는 스테이블코인 담보 대출이나 스테이블코인 기반 자동 투자 등의 상품을 내놓으려 할 전망이다. 월급날 일정 금액의 디지털 달러를 담보로 맡기고 저금리로 원화 대출을 받거나 혹은 같은 담보를 활용해 글로벌 ETF 또는 채권 포트폴리오에 자동 투자하는 식이다. 이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의 문제가 앞으로 과제로 남아 있지만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이미 구현 가능한 영역이다.

잠재 리스크 '어디에 맡긴 디지털 달러인가' = 물론 이 모든 변화가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일상에 들어오면 평범한 사람들 역시 새로운 종류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가장 큰 질문은 '내가 쓰는 디지털 달러는 결국 어디에, 누구에게 맡겨져 있는가' 하는 문제다.

발행사가 파산하거나 준비금 운용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술적 또는 법적 이유로 상환이 지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은 준비금 분리와 감사, 상환 의무를 통해 이런 위험을 줄이려 하지만 제도권 은행 예금과 똑같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예금자 보호 한도와 파산 시 우선순위, 사이버 공격이나 해킹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은 아직도 국가별로 논쟁 중이다.

또 하나의 리스크는 너무 편해서 많이 쓰게 되는 상황이다. 국경을 넘는 결제와 투자가 쉬워질수록 환율 변동과 규제 변경의 영향을 더 자주, 더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상시적으로 디지털 달러를 들고 다니면 위기 시 달러로의 쏠림이 더 빨리,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금융 시스템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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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사진=블룸버그]


그래서 앞으로의 규제 논쟁은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어느 수준까지, 어떤 형태의 상품을, 누구에게 허용할 것인가로 옮겨갈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와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쓰는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법의 보호를 받는지, 준비금은 어디에 어떻게 보관되는지, 상환 메커니즘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새로운 금융 문해력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다.

일상으로 들어온 통화질서의 질문 =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우리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장면으로 모습을 드러낼 여지가 높다. 카페에서 친구와 해외 여행 계획을 세우며 호텔 결제를 디지털 달러 잔액으로 처리하거나 해외 구독 서비스 결제 수단을 고르다가 카드 대신 디지털 지갑을 선택하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때는 중앙은행과 국제기구, 대형 은행들만 고민하던 통화질서와 결제 인프라의 문제가 이제는 앱 화면을 통해 개인의 선택지로 내려온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원화 통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삶을 살 수 있고, 또 다른 이들은 자연스럽게 '원화 + 디지털 달러' 이중 통화 생활을 선택할 수 있다.

때문에 2026년 스테이블코인의 본게임은 거창한 이론 싸움만이 아니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궁극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지갑과 결제 버튼, 저축 습관과 투자 선택에 스며드는 변화라는 얘기다.

shhw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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