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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 구조조정하려고”···정년, 불편한 진실[양종곤의 노동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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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정보원 계속고용 보고서 설문
도입이유 중에 ‘저성과제 근로 종료’
기업 “정년 가까워지면 성과 나빠”
해고 엄격해 ‘정년=근로 종료’ 인식
박지순 교수 “고용 안정 제도 오해”
서울경제


“(사업주가) 어떻게 이런 답변을 할 수 있나요. 정년제의 기본 전제 조건은 직원 고용을 정년까지 보장하고 안정화하는 겁니다. 이 답변들은 정년제의 도입 취지를 완전히 오해한 겁니다. ”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을 지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령자 계속고용에 대한 연구’에 실린 정년제 도입에 관한 기업 설문을 접하고 한 말이다.

박 교수를 화나게 한 답변은 기업들에 정년제 운영 이유를 물은 결과다. 답변(1·2순위 합산) 1위는 기업의 경쟁력 유지 강화(59.7%)였다. 2위는 숙련된 노동력 확보(49.4%)다. 1·2위 모두 정년제 도입 취지와 부합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년을 끝까지 보장해주는 노사 문화가 우리 회사의 장점”이라며 “안정된 고용을 가장 우선하면서 여러 업체의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정년제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3위인 노조와 근로자 요구(25%)와 5위인 정년까지 일할 정규직 부족(18.1%)도 현장에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문제적인 답변은 4위인 저성과자 등과 근로관계 종료(24.5%)다. 이 답변을 고른 기업들은 사실상 해고와 구조조정을 정년제를 도입했다고 털어놨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년제 도입 이유는 (직원을) 서서히 페이드 아웃(점점 사라지는 현상) 시키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정년에 가까운 사람은 인건비 대비 퍼포먼스(성과)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회사에서 절대평가로 연봉을 올리지 않는 특정 구간이 있는데 만 55세 이상 직원 집단은 이 특정 구간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정년을 구조조정에 활용한다는 인식은 1위인 기업 경쟁력 유지 강화를 고른 기업에도 녹아있다. 이 답변을 한 한 기업 관계자는 “정년은 인력 구조조정 수단이다, 대기업은 인력 조정을 위해 정년을 도입했다”며 “정년이 없으면 기업 생산성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데 임금을 많이 줘야 하는 사람과 끝도 없이 함께 가야한다”고 말했다.

사업주 가운데 정년을 구조조정 수단이라고 보는 인식은 우리나라는 해고가 엄격하게 제한된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년에 따른 퇴직은 해고로 인정되지 않는다. 정년 도래는 근로관계 종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년제가 구조조정 수단이라는 인식은 정년 연장을 통해 구조조정 시기를 늦춘다는 일반적인 통념과 배치된다. 특히 정년에 가까워지는 근로자에 대한 기업 차별과 노사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더 오래, 안정적으로 일하도록 돕겠다는 정년제 취지는 물론 정부의 고령자 고용 정책 방향이 함께 틀어질 수 있다. 최근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자는 논의도 영향을 받긴 마찬가지다.

박 교수는 “정년이 없는 대신 근로자 건강이 허락하면 계속 일할 수 있는 미국, 사실상 은퇴 연령이 있어 은퇴 후 연금을 받는 유럽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달라 정년제를 도입한 것”이라며 “정년이 구조조정 수단이라면, 법정 정년 연장 논의처럼 우리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 논의가 모두 뒤집어진다”고 답답해했다.

서울경제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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