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조차 비용이 되어버린 시대, 쉼 없이 달리는 사장님 5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우리 시대 노동의 민낯을 들여다봅니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김효선(39)씨 치킨집. 김씨는 시어머니가 30년간 운영하던 가게 터를 물려받아 23살부터 남편과 함께 17년간 이 자리에서 주 7일 가게를 운영했다.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3년간 시험관 시술만 일곱 번이었어요. 수면마취를 하는 날엔 남편도 가게 문을 닫고 함께 병원에 가야 했죠. 난자 채취 날짜가 언제 잡힐지 모르니, 쉬는 날에도 혹시 몰라 가게에 나가 일해야 했습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10년째 프랜차이즈 피자집을 운영하는 장혜진(38)씨 부부의 일과는 하루하루가 사투였다. 점심 장사 전 출근해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하는 13시간 노동이 주 6일 반복됐다. 간절히 원하던 아이를 갖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가게는 삶을 지탱하는 동시에 삶을 옥죄는 굴레였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첫 아이를 품에 안았지만, 장씨는 이제 ‘독박 육아’와 ‘가게 운영’이라는 또 다른 벼랑 끝에 서 있다.
구로구 고척동에서 14년째 횟집을 운영 중인 가상순(60)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가씨에게 가게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생명줄이다. 가씨는 “활어 수조는 온도 유지가 생명이라 불시에 정전이라도 나거나 산소 공급이 끊기면 전부 폐사한다”면서 “하루 이상 맘 편히 가게를 비워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쉴 권리’보다 ‘버티기’가 우선인 현실
대한민국에서 내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휴식을 포기한다는 의미와 같다. 헤럴드경제가 결제 및 통합 매장관리 플랫폼 ‘페이히어’에 의뢰해 외식업 자영업자 6만6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의 연간 비정기 휴가는 고작 1.3일에 불과했다. 매주 정해진 평균 1.46일의 정기휴무를 제외하면, 일 년 중 가게 문을 완전히 닫고 스스로에게 주는 ‘휴가’는 단 하루뿐이라는 의미다. 이번 분석에서는 일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날을 휴무일로 정의하였으며, 전체 휴무일에서 정기적인 주 평균 휴무일을 제외한 잔여 일수를 ‘자발적 휴가’로 간주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그 그늘은 더욱 짙다. 피자집 사장님의 자율 휴가는 연간 1.55일, 치킨집은 1.44일이었다. 가상순 씨와 같은 횟집은 상황이 더 열악해, 연간 자율 휴가가 겨우 ‘0.87일’에 그쳤다. 일 년에 채 하루도 온전히 쉬지 못하는 셈이다.
이들이 쉬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생존과 직결된 ‘매출’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의 ‘2026년도 소상공인 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 10명 중 6명(58.2%)은 월평균 영업이익이 300만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경영 환경 전망 역시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42.7%로 가장 높았다.
서울 광진구에서 17년째 치킨집을 운영 중인 김효선(39)씨는 현장의 체감온도를 ‘영하’라고 표현했다. “예전 같으면 송년회, 신년회 예약이 꽉 찼을 1월인데, 이번 달은 예약이 딱 한 건뿐”이라면서 “2년간 정든 아르바이트생들의 시간을 줄여야 하는 형편”이라고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횟집 사장 가씨 역시 “대출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면서 “우리처럼 부부가 직접 일하며 인건비를 아껴야 겨우 버티는 게 실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쉬어야 더 오래 일할 수 있다”
생계를 위한 과다 노동은 신체의 질병과 가족관계의 단절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주 7일 근무를 강행했던 김효선 씨는 매출 압박 속에서 17번의 난임 수술을 견뎌야 했다. 장혜진 씨는 3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출산의 기쁨도 있지만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할 ‘육아 공백’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는 출산지원은 물론 육아휴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고된 노동을 겪는 여성 자영업자는 아이를 가질 준비를 하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육아수당 신설’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에 고용보험 가입자 중심으로 설계된 육아 지원 체계를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등 모든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해 보편적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케이뱅크 ‘사장님 유급휴가 보내기 캠페인’에 선정돼 휴가를 떠난 가게 외관에 휴가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케이뱅크] |
인터뷰에 참여한 사장님들에게 ‘당신에게 쉼이란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답변 대신 돌아온 것은 긴 침묵이었다. 한참 뒤에야 나온 답변은 소박했다. “가게 걱정 안 하고 푹 자보는 것”, “남편과 함께 아이를 돌보는 것”. 휴식에서 기대하는 것은 거창한 여행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회복이었다.
이들에게 작은 숨구멍이 되어준 것은 케이뱅크의 ‘사장님 유급휴가 프로젝트’였다. 40명을 선발하는 이 프로젝트에 무려 5800여 명의 사장님이 몰렸다. 최대 300만원의 유급 휴가비를 지원받은 지원자들은 태교 여행, 가족 여행,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서울 관악구에서 주 7일간 꽈배기 가게를 운영했던 이훈(43)씨는 “그간 휴가는 사치라고 생각해 휴일 없이 7일을 일했는데, 이번 휴가를 다녀온 것을 계기로 ‘쉬어야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올해부터 정기 휴무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윤신영(39)씨 역시 “개업하면서 셀프 인테리어로 비용을 아낄 만큼 절약을 하면서 남편과 2024년에 혼인신고만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지 못했었다”라면서 “이번 계기로 꿈꾸던 오사카 신혼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사장님 유급휴가’ 캠페인을 기획한 케이뱅크 관계자는 “캠페인을 운영하며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사장님들께 휴식이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면서 “단순한 금융 혜택을 넘어 사장님들의 일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에 대한 공감과 호응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역시 케이뱅크만이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광진구에서 17년째 치킨집을 운영 중인 김효선(39)씨가 소상공인 사장님들에게 응원을 담아 보낸 자필 편지. [독자 제공] |
휴가를 다녀온 자영업자는 공통적으로 다른 자영업자도 이런 ‘휴식’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김효선 씨는 동료 자영업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면서 “지금 많이 지치고 힘들지만, 이 시간을 버텨내고 있는 우리가 분명 답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손 글씨 편지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