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필리핀 중부 세부시 비날리우 마을의 민간 쓰레기 매립 시설에서 지난 8일 붕괴 사고로 인한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및 수습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
7명이 숨진 필리핀 쓰레기 매립지 붕괴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부실한 법 집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도하 쓰레기 매립에 대한 반복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적절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지 매체 래플러는 11일(현지시간) 이번 참사가 필리핀의 폐기물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사고는 지난 8일 세부시 비날리우 마을의 한 민간 쓰레기 매립지에서 발생했다. 쓰레기 더미가 갑자기 무너져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최소 7명이 쓰레기 더미에 깔려 숨졌다. 사고 사흘째인 이날까지 최소 29명이 실종됐다. 당국은 지난해 잇달아 발생한 지진과 태풍으로 약화한 지반이 붕괴의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붕괴 위험에 대한 경고 신호를 무시한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엘 가르가네라 세부 시의회 환경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사고 직후 “매립 가능한 용량을 초과해 무리하게 쓰레기를 쌓아온 것이 붕괴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매립 시설은 매일 1000t 이상의 생활 폐기물에 더해 매달 600t 이상의 혼합 폐기물을 수거해왔다. 처리 과정을 거치지 못한 쓰레기 더미가 건물 20층 이상 높이까지 쌓이자 2024년 세부시 의회는 별도의 외부 보호막이 없어 붕괴 위험이 크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는 안전한 폐기물 관리 시스템에 관한 법률인 ‘생태적 고형폐기물 관리법’에 어긋난다. 2000년 7월 200명 이상이 숨진 ‘파야타스 쓰레기산 붕괴 참사’ 이후 제정된 이 법은 적절한 매립 과정 없이 쓰레기를 쌓아두기만 하는 노천 매립지 운영을 전면 금지했다. 또 악취와 폐수 등 환경 오염을 심화하는 혼합 폐기물 매립을 금지했다. 가르가네라 위원장은 지난해 이 시설이 “위생적 매립 시설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사실상 ‘거대한 쓰레기 산’인 노천 매립지로 변질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최근 매립 가능한 쓰레기량을 늘리기 위해 추가 토목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위법 요소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세부시 환경천연자원국은 매립 시설 운영자가 세부시 광업규제위원회의 유효한 허가 없이 토목 공사를 진행한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나 영업 정지 등 위법 사항에 대한 제재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어 세부시는 시정 권고 외에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앞선 위험 신호에 영업 정지, 시정 명령 등 적절한 제재가 이뤄지지 못한 점을 비판했다. 조엘 리 살기좋은세부운동 사무국장은 “폐기물 관리법이 제정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진전은 미미하다”고 했다. 그린피스 필리핀은 “이번 사고는 필리핀 폐기물 관리 시스템의 암울한 실상을 보여준다”라며 국가 차원에서 폐기물 처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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