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창고형 할인 업체인 코스트코가 한국산(産) 김치 수출을 더 늘려달라고 국내 식품 업체에 요청해오면서 김치가 라면과 김을 잇는 ‘메가히트’ 수출 제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국내산 원재료와 전통적인 발효 방식을 통해 생산한 김치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있어 국내 생산·국내 수출이 새로운 트렌드로 올라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라면 수출은 15억 달러 고지를 넘겼고 김도 10억 달러 이상 수출됐지만 김치는 최근 몇 년 동안 1억 5000만 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제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유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치가 불닭볶음면과 같은 성공 신화를 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김치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김치연구소가 미국과 영국에서 200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김치를 알고 있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이후 ‘먹방’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이 더 커진 것을 감안하면 김치의 글로벌 인지도는 이보다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김치가 글로벌 푸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은 이미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내놓은 식단 지침이 김치의 확장에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내놓는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은 미국 식품 업계에서 바이블로 통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하다. 약 3000만 명의 학생과 4000만 명에 이르는 저소득층, 수백만 명에 달하는 군인과 노인들에게 이 지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식단 지침은 단순히 권고 수준을 넘어 수천억 달러의 예산을 집행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며 “김치가 시장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변곡점을 만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김치 시장은 2032년 약 64억 달러(약 8조 307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 시장에서 파이가 커진다면 성장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국내 김치 업체들은 이미 최대 시장인 미국에 수출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국내 전체 김치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상은 미국 코스트코와 월마트 등에 종가 김치를 납품하고 있다. 대상의 김치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은 2018년 12%에 그쳤으나 상승세를 거듭한 끝에 2024년 38%를 기록하며 일본(24%)을 넘어섰을 정도다.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돼 판매되는 김치도 상당한 만큼 김치를 통한 매출액 증가세 또한 가파른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2022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에서 1만 ㎡(약 3000평) 규모의 김치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미국 주요 유통 채널과는 매년 김치 입점 및 운영과 관련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고 올해 역시 이러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 채널의 신제품 추가 입점 및 신규 채널에 대한 제품 입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도 김치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올해 기준으로 미국 내 26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현지 대형 유통 채널에 김치 제품 신규 론칭을 준비 중”이라며 “기존 한국산 전통 김치 라인업을 기반으로 김치 맛을 현지화한 제품을 개발하고 소스와 같은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방안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풀무원은 현재 한국산 김치를 미국의 월마트·크로거·퍼블릭스 등 주요 유통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지난해 10월 월마트에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비비고 김치 2종(오리지널·비건)이 입점된 후 안정적으로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현지 입맛에 맞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 8139만 달러에 그쳤던 국내 김치 수출액은 2024년 1억 6357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지난해는 11월 누계 기준으로 1억 4989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조만간 발표될 12월 수출 통계까지 합산할 경우 전년도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불닭볶음면과 같은 신화를 쓰기 위해서는 김치라는 제품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불닭볶음면이 매운맛을 낮춘 ‘까르보불닭’을 내놓고 진입장벽을 낮춘 뒤 폭발적 성장에 성공했듯이 김치도 변주와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이 성공하는 과정에는 유튜브 먹방에 올라탄 운과 삼양식품의 끊임없는 제품 개발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치가 글로벌 푸드로 올라설 경우 전체 K푸드 수출 역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1월 기준 K푸드 수출액은 103억 7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2월 실적까지 더하면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2024년의 106억 6300만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식품과 농산업을 합한 K푸드플러스 수출 목표액을 기존에 발표한 150억 달러에서 더욱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다 공격적인 목표 설정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