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최근 들어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는 ‘베어 플래트닝’ 현상이 뚜렷해지며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3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3년물 국고채는 전 거래일 대비 0.207%포인트 오른 연 3.617%에 장을 마감하며 2023년 11월 28일 이후 처음으로 연 3.6%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급등의 배경으로 이란 사태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지목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면서 통화정책 긴축 우려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DBS에 따르면 한국의 순연료 수입은 2025년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6.5% 수준으로 일본(3.1%), 대만(4.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가 상승이 물가와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가 충격이 단순한 심리 위축을 넘어 실제 금리 인상 기대를 빠르게 자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 우려는 3년 이내 단기·중기물에, 경기 우려는 장기물에 반영되는 패턴”이라며 “이란 사태 이후 3년물 이하가 훨씬 많이 오른 것은 공급 측 인플레이션이 통화정책 기대를 자극하면서 단기·중기물을 더 크게 움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단기물을 중심으로 정책금리 경로 상향이 선반영되며 채권시장 전반에 상방 압력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금리는 이미 두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을 상당 부분 선반영한 수준”이라며 “중동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고 공급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은행은 상반기 중 최소 한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충분한 명분을 갖게 됐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국고채 단순 매입 등 직접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기에는 상황이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유가 등 외생 변수에 의한 금리 상승은 한은이 개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자칫 시장 안정화 카드를 성급히 소진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차기 총재로 ‘실용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평가받는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명하면서 금리 상승 폭을 일부 키웠다는 해석 또한 나온다. 신 후보자는 과거부터 과잉 유동성과 거시건전성을 강조해온 인물로, 조 연구원은 “그의 출신 배경과 발언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 인하 기대를 사실상 지우는 신호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