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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日 선박 허용 용의”…美 파병 요구 속 ‘다카이치 외교’ 딜레마 [美-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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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헌법 내세워 파병 어렵다 의사 전달
트럼프,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공헌’ 요구
이란 “日 선박 통과 논의”…우호 관계 표현
미국 지지 vs 이란 봉쇄 규탄…난관 부딪혀
서울경제

일본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깊은 고심에 빠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앞세워 호르무즈 파병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이 여전히 일본에 ‘호르무즈 해협 공헌’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이란까지 일본 선박의 해협 통과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온 미국과 반세기가량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이란 사이에서 일본의 줄타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다.

아사히신문은 22일 “다카이치 총리가 현행 법제의 범위 내에서 자위대 파견을 계속 검토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며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공헌할 방법을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앞서 19일(현지시간)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이란을 강력히 규탄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호르무즈 함정 파견 요구에 대해서는 평화헌법 9조를 이유로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긍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다카이치 총리는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하겠다”며 미국 지원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에서 ‘교전 종료 이후 소해함 파견’을 최후의 카드로 준비했으나, 실제로 이를 꺼내지는 않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중동 정세가 안정되면 기뢰 제거용 함정을 호르무즈 해협에 보내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일 정상회담에 동석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구체적인 것을 약속하거나 숙제를 갖고 돌아온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같은 날 후지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의 기뢰 제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가정의 얘기지만) 정전 상태가 돼 기뢰가 항행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파견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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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란이 일본에 손을 내밀며 다카이치 총리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와 관련해 일본 측과 협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는 해협을 닫지 않았고, 해협은 열려있다”며 “적국 이외의 선박 통과는 가능하며, 해당국과 협의해 통항 안전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선박과는 협의를 거쳐 통과를 허용할 생각이 있다”며 “일본이 침략행위를 종결시키는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이란과 비교적 오랜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1973년 오일쇼크 이후 반세기 넘게 대이란 우호 기조를 이어오고 있으며, 2019년 미국과 이란이 갈등을 빚었을 때에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이란을 방문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만나는 등 양국 간 중재를 시도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미국이 요청한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정보 수집 활동 명목으로 오만해와 아덴만에 함선과 초계기를 단독 파견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미국에 대한 지지를 본격화하는 한편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 석유 수입의 9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만큼 해협 안정은 사활적 이해가 걸린 사안이다. 20일에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 등 7개국이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것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영국이 주도하고 독일이 화답한 뒤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가 합류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일본은 막바지에 동참했고 캐나다가 성명 발표 후 이름을 올리면서 최종 7개국이 됐다. 한국과 중국은 빠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의 최우선 과제는 군사적 동참이 아니라 전투 종식과 해협의 안정 회복”이라며 “대이란 우호 관계를 감안할 때 성급한 군사 가담은 미일 동맹 관리를 넘어 중장기 에너지 외교 전반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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