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제 메시지...해병대 호르무즈 통행 안전 검토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 단지에 위치한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대 규모 가스전을 폭격하고 이란은 카타르를 비롯한 주변국 가스 시설에 보복 공격을 단행하며 중동 전쟁이 ‘에너지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전 3주 차에 접어든 전쟁이 서로의 에너지 인프라를 타깃으로 한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18일(현지시간)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남서부 해안 아살루예의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를 공습하며 이번 전쟁에서 처음으로 이란 에너지 생산 시설을 타격했다. 이에 이란은 이튿날 카타르 북부 해안 라스라판 지역의 국가 핵심 시설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중요 에너지 인프라가 공격 목표가 되며 중동 전쟁은 글로벌 경제를 뒤흔드는 ‘경제 전쟁’ 국면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우스파르스는 이란 가스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에너지 공급 인프라이고, 라스라판은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20%를 차지하는 카타르의 가스 생산 수출 거점이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이란의 공습으로 인해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 처리 시설 중 하나인 합샨 시설의 운영을 전면 중단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주베일 석유화학단지 등이 공격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사우스파르스와 함께 카스피해 일대의 이란 해군을 상대로도 공습을 단행했다고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번 공습 여파로 국제유가 기준인 5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지난 9일 이후 9일 만에 장중 한때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00달러에 근접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가스전과 정제공장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인프라 재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에너지 생산 기반 시설이 손상돼 복구에 2년이 걸렸다고 짚었다.
걸프 국가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에너지 인프라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는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전 세계를 휩쓸 수 있는 통제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이란에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우리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란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단행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전쟁이 유가를 자극하며 고민이 큰 미국은 이번 공습이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던지는 ‘트리거’가 되려 하자 공세 수위를 조절하려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공습 계획을 사전에 몰랐다며, 이란이 반격 차원에서 카타르 에너지 시설을 계속 공격하면 이란 가스전 전체를 폭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카타르를 공격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도 이란 가스전을 추가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며 확전을 자제하고 나섰다. 에너지 인프라 타격이 국제유가 급등을 부추기고 자국 경제도 타격 받는 걸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전쟁 발발 후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92달러에서 3.84달러로 급등했고, 디젤 가격은 5달러를 넘어섰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E.J. 앤토니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배럴당 100달러의 유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동으로 이동 중인 미 해병대가 호르무즈 해협 주변과 이란 남부 페르시아만 섬을 장악해 해상 통행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미 해병대 2200여명은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을 통해 이동하고 있으며 1주일 내에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하르그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임주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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