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Kharg)섬 장악을 군사 옵션으로 검토하는 것을 두고 단순한 즉흥적 도발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고위험군의 군사 구상이 38년 전인 1988년, 당시 41세 사업가였던 트럼프의 머릿속에 이미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일관돼 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1988년 영국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우리 함정에 총알 한 발이라도 날아온다면 하르그섬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고, 들어가서 그곳을 차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하르그섬 점령 의지가 38년 전에 이미 명확했던 셈이다.
이 과거 발언을 가벼운 수사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그가 수십 년 전 구상을 현실 정책으로 구현해 낸 전례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1987년 미국 주요 일간지에 사비로 전면 광고를 게재해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했다. 이 38년 전 인식은 2025년 동맹국을 상대로 한 고강도 관세 및 방위비 압박 정책으로 정확히 재현됐다. 1987년의 광고가 2025년 관세로 직결됐듯, 1988년 점령 발언 역시 언제든 군사작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미군의 움직임도 상륙 작전의 현실성을 높인다. 일본 주둔 미 해병대 약 2500명을 태운 강습 상륙함 트리폴리함(LHA-7)이 이번 주말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도착할 예정이다. 상륙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춘 데다, 미군이 최근 하르그섬 내 방공망 등 군사 시설을 정밀 타격하며 사전 정지 작업을 벌인 점도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그러나 하르그섬 점령이 이란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는 있어도, 전쟁의 핵심 뇌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르그섬은 해협에서 약 644㎞ 떨어져 있어, 섬을 장악하더라도 이란이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좁은 해협의 상선을 위협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하르그섬을 점령한 뒤,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상선 보호 부담은 원유 수입의 이해 당사자인 동맹국들에 떠넘기려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