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미·아일랜드 정상회담. 두 정상 사이에 성패트릭의 날 상징 토끼풀이 놓였고 두 정상 모두 녹색 넥타이를 맸다. |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서 미국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다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유럽에 공세를 퍼붓자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가 적극적으로 변호에 나섰다.
마틴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아일랜드에 중요한 명절인 성패트릭의 날을 맞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취재진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행히도 키어(스타머)는 윈스턴 처칠이 아니다"라며 미·영 맹방 관계가 달라졌다며 거듭 스타머 총리를 비판했다.
그러자 마틴 총리는 "처칠은 위대한 전시 지도자였다. 비록 아일랜드에서는 우리 독립 전쟁과 관련해 좀 다른 관점이긴 하지만"이라고 말하며 역사적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상기했다.
그러면서 "스타머 총리는 아일랜드·영국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며 "그는 매우 진정성 있고 믿을 만해서 대통령님도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사이가 좋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아일랜드 당국자들을 인용해 마틴 총리가 앞서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저질렀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작정이었다고 전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달 3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과 스페인을 마구 헐뜯는 동안 아무런 변호도 하지 않아 유럽에 굴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메르츠 총리가 이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응답을 거절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틴 총리는 이란 정권을 비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은 이민 때문에 다른 곳이 됐고 유럽에 나쁜 일들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는데, 이때도 마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리를 톡톡 두드리며 주의를 끈 뒤 "유럽은 여전히 살기 아주 좋은 곳"이라고 반박했다.
마틴 총리는 유럽연합(EU) 이동의 자유 원칙, 노동력 확충을 위한 아일랜드의 이주민 허용 등 유럽 이민 유입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유럽은 압도당한(overrun) 것으로 잘못 묘사되곤 한다"고 말했다. 유럽이 이민자들로 압도당하고 있다는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종종 쓰는 것으로 이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토끼풀 주고받는 미·아일랜드 정상 |
결국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아일랜드에 대한 비판적 언급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백악관은 아일랜드계가 미국에 대거 이주하고 미국 독립에 큰 공을 세운 점 등을 기려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 성패트릭의 날에 아일랜드 총리를 초청해 연례 행사를 열며 아일랜드 총리는 성패트릭의 날 상징인 토끼풀을 미 대통령에게 전달한다.
아일랜드 매체 아이리시타임스는 "본래 신중한 성격인 마틴 총리는 상황 전개에 따라 위험 회피 경로를 짤 수 있었다. 이후 총리실 측은 눈에 띄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며 "반대파에선 마틴 총리의 수동적 태도나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 않은 점에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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