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안군이 1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군 사령관들의 모습이 담긴 대형 광고판 앞에 서 있다. EPA연합뉴스 |
새로운 이란의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56)의 선출 이면에는 이란 강경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온건파의 치열한 권력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즈타바의 아버지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뿐 아니라 생전 하메네이가 실권을 넘긴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모즈타바의 선출에 반대하며 이를 무산시키려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선출을 둘러싼 이란 지도부 내부 분열과 권력 다툼을 전하며 마치 이슬람공화국판 ‘왕좌의 게임’ 같았다고 보도했다. NYT는 만약 하메네이가 자연사했다면 모즈타바가 후계자로 선출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하메네이가 생전 측근들에게 제시한 후계자 후보 3명 가운데 모즈타바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메네이가 전쟁 첫날인 지난달 28일 사망하고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지난 8일까지 혁명수비대 강경파와 온건파는 각자의 후보를 내세우며 치열한 암투를 벌였다. 강경파는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미·이스라엘과 내부 반정부 세력에 맞서 정권의 연속성을 유지하길 원했으며, 온건파는 새로운 지도자와 통치 방식, 미국과 적대 관계 종식을 주장했다.
모즈타바는 혁명수비대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있었다. 아흐마디 바히디 총사령관, 알리 아지즈 자파리 전 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겸 전 사령관이 그를 지지했다. 혁명수비대 정보기구 수장을 맡으며 국내외 암살 작전을 주도했던 호세인 타에브도 그를 지지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
하지만 모즈타바는 강력한 암초에 부딪혔는데, 하메네이 사후 국정 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실권자인 라리자니 사무총장의 반대였다. 그는 온건하고 통합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며, 모즈타바가 분열을 조장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온건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반대 의견을 냈다.
온건파는 2015년 미국과의 핵 협상 타결을 이끌었던 중도 성향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과 이란 신정체제 창시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 하산 호메이니를 후보로 내세웠다. 또 종교학자 알리레자 아라피도 후보로 제시했다.
전시 상황은 강경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88인의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는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로 ‘순교자’의 아들인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내세워 ‘피의 복수’를 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 3일 전문가회의 1차 투표에서 모즈타바는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었다. 이란 정부는 4일 새벽 이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라리자니 사무총장이 이를 막았다.
라리자니는 이스라엘이 후계자를 제거하겠다고 위협한 상황에서 신변 보호를 이유로 발표를 전쟁이 끝난 뒤로 미룰 것을 제안했다. 또 전문가회의 구성원이 직접 투표해야 한다는 이유로 화상 투표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모즈타바 본인 역시 최고지도자직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가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관례상 형식적인 거절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메네이의 최고 군사고문과 비서실장도 모즈타바 선출 반대에 나섰다. 이들은 하메네이가 자신의 아들이나 가족 중 누구도 후계자가 되길 원치 않았으며, 권력 세습은 1979년 군주제를 무너뜨린 이슬람혁명의 본질에 위배된다는 뜻을 전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언장을 제시하며 1차 투표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전문가회의 위원인 아야톨라 알리 모알레미는 온건파의 시도를 “쿠데타”에 비유하며 “우리에게 침투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외부의 손길이 있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13일(현지시간) 예멘 사나의 거리에서 이란 신정체제 창시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오른쪽),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운데), 그리고 신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왼쪽)의 초상화가 판매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
온건파의 ‘막판 뒤집기’ 시도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지난 7일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며 사과하는 메시지를 발표한 것이 혁명수비대의 격분을 불러오면서 무산됐다. 혁명수비대 지도부는 전문가회의를 즉시 소집해 최종 투표를 통해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할 것을 압박했다. 8일 밤 전문가회의는 88명 중 59명의 찬성으로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혁명수비대가 전시 이란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모즈타바가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사실이 알려지고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의 행방과 건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16일 모즈타바 명의의 새로운 성명이 발표됐다. 모즈타바는 하메네이가 임명했던 공공기관 수장·관리직을 모두 유임한다며 “위대한 그분이 생전에 부여한 정책과 방법을 근간으로 계속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즈타바는 또 혁명수비대 출신 초강경 인사 모흐센 레자이(72)를 군사고문에 임명했다. 레자이는 16년 동안 최장수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직을 맡은 인물로, 레자이의 임명은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더 강경해진 ‘하메네이 2.0’···강경 혁명수비대 등에 업은 모즈타바 최고지도자 선출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091620001
☞ [시스루피플] 전쟁 나면 누가 이란 이끄나···유혈진압 설계자·핵협상 지휘자 라리자니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231615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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