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대학생들이 4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윤영수 판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지난 1983년 징역 1년이 확정된 A 씨 등 2명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83년 4월 숙명여자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이들은 ‘전두환 파쇼 정권 물러가라’ 등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리며 시위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자취방에 모여 전두환 정권 퇴진 등 9개 요구사항을 기재한 ‘민중, 민족, 민주수호 투쟁선언’ 유인물 300매를 필경, 등사해 제작했다. 이후 숙명여대 도서관 앞에서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살포하고, 4층 베란다에서 메가폰으로 “졸업정원제 폐지하라”는 등 구호를 외쳤다.
검찰은 A 씨 등이 전두환 정부를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뒤 졸업정원제 등을 통해 학원을 탄압하는 독재정권이라고 단정 짓고, 학생들을 선동해 불법 시위를 유발하며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주장했다.
1983년 5월 1심은 이들에게 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검사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같은 해 9월 항소가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A 씨 등이 재심을 청구하면서 법원은 42년 만인 지난해 11월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전두환 등이 12·12 군사반란으로 군의 지휘권을 장악하면서부터 5·17 비상계엄 확대 선포를 비롯해 해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행위는 군형법상 반란죄, 형법상 내란죄를 구성해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해당한다”며 “헌정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는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 또는 5·18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면서 A 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예슬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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