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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이란 전쟁…호르무즈 못 여는 美, 핵 문제는 아직 시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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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7일 미국 본토로 돌아온 미군 병사의 유해가 담긴 관에 거수경례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되며 3주차에 접어든 이란 전쟁의 현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당초 단기간에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것처럼 보였던 전쟁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핵심 목표였던 이란의 핵 능력 제거는 여전히 손도 대지 못한 상태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다. 세계 석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전략적 해협은 현재 사실상 마비 상태에 가깝다. 이란은 미사일 공격과 기뢰 위협, 소형 보트 전술 등을 이용해 해협 통항을 사실상 멈춰 세웠고, 유조선 선주들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제공권 장악과 이란 해군 파괴 등을 강조하며 군사적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세계 경제의 핵심 동맥인 해협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중국, 영국, 프랑스, 일본, 한국 등 5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은 사실상 미국 해군 단독으로는 해협을 열 수 없다는 현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미 전쟁에서 이겼다”며 항공모함을 보내 지원하겠다는 영국의 제안을 거절했던 트럼프가 이제는 국제 연합 해군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달 말까지 미 해군의 유조선 호위 작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발언 역시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협의 지형적 특성상 이란 병사 한 명이 소형 보트를 타고 접근해 이동식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선박에 기뢰를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대형 유조선이 공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최소 16척의 상선이 공격을 받았고, 보험료 급등과 선주들의 운항 거부로 해상 교통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더욱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처음 내세운 이번 전쟁의 명분은 이란의 핵 능력 제거였지만, 정작 핵심 목표인 농축 우라늄 확보는 트럼프 스스로도 “아직 먼 이야기”라고 할 정도로 제대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이란에는 핵폭탄 제조 직전 단계에 가까운 60% 농축 우라늄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는 깊은 지하 시설에 보관되어 있다. 이를 확보하려면 특수부대 지상 작전이 필수적이지만, 터널 붕괴와 방사능 위험 등으로 작전 자체가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만약 미국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거나 제거하지 못한 채 전쟁을 축소하거나 종전하게 될 경우, 이는 사실상 이란의 전략적 승리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 정권은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정치적 명분을 내세워 미국에 대한 승리를 주장할 수 있고, 체제 보위를 위해 핵 개발을 더욱 가속하며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내부에서는 중간 단계로 하르그섬 점령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있다. 하르그섬은 이란 석유 수출의 90%가 출발하는 핵심 항구로, 이를 장악하면 이란 경제를 사실상 봉쇄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역시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 해안과 소형 보트를 이용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격에 장기간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지속적인 군사 대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트럼프에게 정치적으로도 매우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트럼프는 오랫동안 “미국을 새로운 전쟁에 끌어들이지 않겠다”고 공약하며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지지를 받아 재집권 했지만, 하르그섬 점령이나 핵시설 확보 작전은 사실상 중동에 다시 대규모 지상 병력을 투입하는 군사 개입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쟁으로 미군 13명이 사망했고,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까지 상승했다. 만약 지상군 투입까지 이어질 경우 유가 상승과 전쟁 비용 확대는 물론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에 대한 국내 정치적 반발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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