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12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의 흥행에 힘입어 강원도 영월이 ‘국민관광지’로 거듭나는 등 지역 경제에 활기가 돌고 있다.
‘왕사남’은 문화경제학적인 관점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영화가 조선 6대 임금 단종의 유배 생활을 그리면서 단종의 유배지와 능이 있는 강원 영월군 청령포·장릉을 찾은 관광객도 올해 두 달여 만에 11만명을 돌파했다. 영월군 인구수(3만 6000여명)의 3배 수치에 가깝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영화 속 단종의 시신을 거둔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가 “유배 온 양반이 (한양으로) 다시 돌아가면 마을이 잘된다”며 ‘양반 유치전’에 나선 상황이 57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뤄졌다며 “엄흥도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는 반응이다. 또 “지금까지 자신의 무덤을 잘 살펴준 영월군민에게 단종이 은혜갚은 것”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영월은 유독 영화와 연이 깊은 도시기도 하다. 20년 전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스타’(2006)도 영월이 배경이었다. 한물 간 인기가수와 오랜 매니저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박중훈과 고 안성기가 콤비로 출연해 당시 누적관객 159만명을 기록했다.
영화는 별도의 세트를 짓는 대신 시 전체의 외양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영월 버스터미널’ 앞 청록다방과 근처 곰세탁소, 사팔철물, 중국집 영빈관 등이 모두 영월시내에 있다. 영화의 주요 촬영장소였던 영월 KBS 방송국은 현재 ‘라디오스타’ 박물관으로 리모델링됐다.
‘왕사남’의 인기에 힘입어 여타 지자체들도 숟가락을 얹는 모양새다. 극중 유지태가 연기한 한명회 묘역이 있는 충남 천안시는 지자체 SNS에 “천만 영화가 탄생하고 영월이 아주 Hot(핫)해졌다. 천안시 알려야 해서 숟가락 얹어보겠다”며 “우리도 있다. 극 중 인물 중 한 분의 묘소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천안은 그분 관련 문화제나 축제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냥 지나가시다가 보셔라”라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며 한명회 묘역이 보이는 위치를 공개했다. 이어 “주변에 천안 시민분들이 생활하고 있으니, 소리는 지르지 말아달라”는 농담 섞인 부탁을 했다.
강원 태백시는 단종 설화를 활용, ‘영월의 왕, 태백의 수호신이 되다’ 이벤트를 열었다. 단종의 육신은 영월 장릉에 머물고 있지만 영혼은 태백산의 산신이 됐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경북 영주시는 단종 복위를 도모했던 금성대군의 발자취가 남은 유적지를 ‘반띵 관광택시’를 타고 여행하는 관광상품을 내놨다. 단종 복위 운동에 가담한 백성들이 학살당한 피끝마을과 금성대군 신단, 소수서원, 부석사를 코스로 하고, 택시 요금 절반은 시가 지원한다.
대구 군위군은 ‘군위시티투어’ 코스에 군애 위치한 엄흥도의 묘소를 포함시켰다.
영화와 아무 상관없는 이천시도 ‘숟가락 얹기’에 나섰다. 이천시는 시 공식SNS에 “천만을 넘아 ‘이천’(2000)만 관객 돌파를 이천시가 응원한다”는 파격적인 문구를 내걸어 누리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 극한직업’ 속 수원 통닭거리· ‘케데헌’ 남산타워 등도 영화 인기 힘입어 매출·관광객 증가
1000만 영화의 힘은 과거에도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곤 했다. 역대 박스오피스 2위인 영화 ‘극한직업’(2019, 1626만명)의 경우 당시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치킨인가? 수원왕갈비통닭입니다”라는 류승룡의 대사 덕분에 ‘수원 통닭거리’를 찾는 방문객이 늘면서 당시 수원 ‘통닭거리’의 매출이 10% 가량 증가했다.
류승룡의 대사는 실제 수원이 고향인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이에 제작자 김성환 (주)어바웃필름 대표이사와 배세영·허다중 작가는 당시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헌터스’에 등장한 남산타워와 북촌한옥마을 등도 ‘글로벌 핫플’로 거듭났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영화 공개 직후인 작년 7월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36만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방문객은 중국, 일본, 대만, 미국 관광객이다.
남산에 위치한 YTN서울타워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50% 이상 증가했다. YTN에 따르면 지난해 9월 YTN서울타워 전망대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7만 9200명으로, 2024년 동시기 방문객 5만 2600명에 비해 50.6%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한국 관광청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89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한국은 이미 국제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지만 ‘케데헌’ 열풍에 힘입어 관광객들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