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모순적이나마 이란 분쟁 종식 관련 메시지가 나오는 빈도가 늘면서 미국이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지 관심이 커진다. 다만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은 이란을 최대 규모로 맹폭하고 이란도 역내 미군 공격을 이어가며 전황은 격화 중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시민 봉기를 촉구하는 가운데 이란은 국내 단속에 들어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란의 '무조건 항복' 시점을 이란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한다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을 내놨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원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무조건 항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때 이는 이란 정권이 스스로 나와 그렇게 선언할 거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무조건 항복 상태에 이른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전쟁이 "시작인지, 중반인지, 끝인지"는 트럼프 대통령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부시나 오바마 시절 목도한 것 같은 수렁 속에서 끝없이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거리를 두려 애썼다. 그는 "적을 완전히 결정적으로 패배시킬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거지만 우리의 일정과 선택에 따라 그렇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거라고 강조한 바 있다.
논리적이거나 일관되지 않더라도 전쟁 종식 조건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언급이 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 속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및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떠오르는 상황에서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국제유가는 이란 전쟁 발발 뒤 20% 이상 뛰었고 9일엔 장중 배럴당 119달러가 넘게 치솟기도 했다.
유가 상승은 결국 소매 휘발유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를 포함한 물가 상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며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이 된다.
미군 사상자가 늘며 해외 전쟁에 반대하는 트럼프 강성 지지층 마가(MAGA)의 지지도 흔들릴 위험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10일 미 국방부는 이번 전쟁에서 미군 7명이 사망하고 중상자 8명을 포함해 14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세는 강하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전쟁 초반 지지율이 역사적으로 미국이 개입한 다른 전쟁들보다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이란 공격 첫날인 2월28일과 그 다음날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미국인들의 이란 공습 지지율은 27%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실시된 트럼프 친화적 매체 폭스뉴스 조사에서도 이란 공습 지지율은 50%에 머물렀는데 <뉴욕타임스>는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의 경우 초반 지지율이 91%, 2003년 이라크전의 경우 초반 지지율이 76%에 달했다고 짚었다. 전쟁 지지율의 경우 통상 초반에 국가적 결집 효과 등으로 높은 편이고 장기화되며 사상자가 늘고 피로감이 쌓이면 낮아진다.
외교정책 여론을 연구하는 미 하버드대 매튜 바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지난 수십 년간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탓에 민주당원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전쟁을 통한 국가적 결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기존 지지층은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음을 상기시켰다. 트럼프 정부가 전쟁 명분부터 출구 전략까지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지지율 확보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전황은 종전 조짐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10일 이란에 최대 규모 맹폭을 퍼부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수도 테헤란 주민들이 10일 밤 전쟁 중 가장 격렬한 폭격이 쏟아져 "지옥 같았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테헤란 모든 곳이 폭격 당했고 아이들은 이제 잠드는 걸 무서워한다"고 호소했다.
테헤란 서부에 가족과 함께 사는 시마(38)는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처음 15분 동안은 마치 수십 대의 전투기가 우리 머리 바로 위를 날아다니는 것 같았고 잠시 멈춘 뒤 또 다른 공습이 이어졌다"며 "땅, 창문, 우리 마음까지 흔들렸지만 욕실로 대피해 견뎠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분쟁 발발부터 10일까지 이란에서 1787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이 중 어린이 최소 200명 포함 1262명이 민간인이고 190명은 군인이며 나머지 335명은 민간인인지 군인인지 식별되지 않았다.
이란도 역내 미군기지 등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로이터>를 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10일 카타르 알우데이드 기지와 이라크 알하리르 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아랍에미리트(UAE) 알다프라 공군기지 및 바레인 주페어 해군기지의 미군 병력에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11일 오전에도 이란 국영매체가 바레인에 있는 미군 시설에 또 다른 공격을 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미 당국자와 국무부 내부 경보에 따르면 10일 이라크 내 주요 미 외교 시설도 무인기 공격을 받았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시민에 봉기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정권은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를 보면 이란 경찰청장 아흐마드레자 라단은 10일 국영방송을 통해 반정부 시위 재개를 경계하며 "적의 요구에 따라 거리로 나서는 자는 시위자가 아닌 적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모든 보안군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다"고 엄포를 놨다.
이란 정보부는 10일 "적"을 위해 간첨 행위를 한 혐의로 외국인 1명을 포함해 수십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정보부는 체포된 외국인의 국적을 밝히지 않은 채 그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한 간첩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 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에서 화염이 솟았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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