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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중동서, 이득은 러시아... 치솟는 유가에 푸틴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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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도에 불매(不買) 압박했던 러시아 원유 ‘30일간 구입’ 허가…추가 해제도 검토
러시아産 원유도 한때 100달러 넘어…10달러 인상 시 GDP 0.7% 성장 효과
푸틴 “유럽이 다시 에너지 거래 원한다면, 우리는 거부한 적 없다” 여유
유가가 폭등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에 가했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전 배럴당 60달러 선에 거래됐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산 원유 모두 9일 한때 120달러에 육박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 대한 충격 완화를 위해, 지난 6일 그동안 인도에 가했던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대한 ‘금지’ 압박을 ‘30일간’ 해제하기로 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이 조치가 러시아의 재정 수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미국이 러시아 원유에 대한 제재를 계속 풀어나간다면 얘기는 다르다.

베센트 장관은 폭스 비즈니스(Fox Business) 인터뷰에서 “현재 제재를 받는 원유 수억 배럴이 바다 위에 떠 있다. 이를 풀면, 공급을 늘릴 수 있고 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9일 구체적인 언급 없이 “유가를 낮추기 위해, 일부 석유 관련 제재를 면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이 자국에 초래한 이득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 작년 내내 배럴당 50달러 선이었던 러시아산 원유는 한때 100달러를 넘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은 푸틴에게 더없는 호기(好機)가 됐다”고 평했다.

푸틴은 9일 밤 크렘린에서 러시아의 주요 석유ㆍ가스 기업 대표들과 가진 회의에서 유럽연합의 에너지 기업들이 다시 러시아산 가스를 사려고 한다면 “유럽과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값싼 가스로부터 ‘독립’하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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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9일 크렘린궁에서 국제 에너지 위기와 관련해 각료ㆍ에너지기업 수장들과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푸틴은 “유럽 구매자들이 갑자기 방향을 수정해 정치적 요소는 배제하고 우리[러시아]에게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협력만 보장한다면, 우리는 유럽과 일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결코 거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을 불안정하게 하는 시도는 전 세계 연료·에너지 체계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고 가격 인상과 공급 제한을 초래할 것이라고 러시아는 수차례 경고했는데 지금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훈수’도 잊지 않았다.

동시에 러시아가 아예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위협도 했다. 푸틴은 “우리 면전에서 문이 닫히는 걸 기다리느니, 유럽보다 더 매력적인 시장으로 공급을 돌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의 말에는 상대의 불행을 즐기는 ‘쌤통’ 심리(Schadenfreude)가 묻어났다고 평했다. 러시아 가스는 유럽 국가들로 바로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미국과 중동 지역에서 오는 액화천연가스(LNG)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러나 G7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원유에 대해 배럴당 60달러라는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60달러가 넘으면 서방이 장악한 보험과 유조선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결국 러시아는 60달러 이하를 지키거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이용해야 했고, 구매 국가도 중국과 인도뿐이라 러시아로선 가격을 할인할 수밖에 없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원유에 대한 제재와 가격 상한제 시행 이래, 노르웨이와 미국산 석유로 공급원을 바꾸었다. 러시아와의 천연가스 계약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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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연주


그러나 유가가 급등하면서, 일시적이나마 러시아 경제에도 숨통이 트이고 있다. 러시아산 우랄 원유(Urals Crude)는 2월 24일 56달러 선이던 것이, 3월 9일엔 100달러 67센트까지 올랐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10달러 상승할 때마다 러시아 경제는 연간 약 0.7%의 성장 효과를 얻는다. 러시아는 배럴당 약 59달러 수준이면 국가 예산을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상원의 민주당 지도부는 러시아 원유 거래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에게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지금은 러시아 대형 석유 기업과 러시아 소유 또는 ‘그림자 선단’ 선박들이 석유를 판매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줄 때가 아니다”고 했다.

물론 푸틴도 9일 회의에서 “현재의 고(高)유가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원유 수출량을 모두 운송할 만큼의 ‘그림자 선단’ 유조선을 확보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는 이란 전쟁으로, 러시아 재정을 압박했던 요인들이 사라졌다. 푸틴은 웃을 이유가 충분히 있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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