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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병원 10년 새 34% 감소…산부인과 의사들 “버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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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학회, 고위험 분만 가산 수가 인상 촉구
분만 기관 없는 지역 77곳…전체 절반 ‘위기 지역’
“분만 인프라·수가·부인암·검진 체계 동시에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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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수술실 안으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율은 급증하는데 전국 산부인과 전문의 5906명 중 8~15%만이 분만을 담당하고 있다. 절대 분만 건수는 감소하는데 분만 한 건 한 건이 어렵고 위험해지는 구조다. 고위험 산모·신생아를 전담하는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는 별도 인센티브와 응급 분만 가산 수가를 부여해 위험과 책임에 걸맞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상훈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역 분만의료의 붕괴는 국가적 위기”라며 정부에 고위험 분만 가산 수가 인상과 의료사고 발생 시 국가 책임 보상 한도 상향 등을 요청했다.

저출산과 산부인과 전공의 급감 등의 영향으로 분만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 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2013년 706개소였던 분만 의료기관은 2023년 463개소로 10년 새 약 34% 감소했다. 분만 기관이 없는 지역은 250개 시군구 중 77곳에 달한다. 분만기관이 한 곳만 남은 지역까지 합치면 전체 지역의 절반 이상이 ‘위기 지역’으로 분류된다.

산부인과 의료진은 분만 건수가 감소해 의료기관 수익이 악화하면 분만을 포기하고 병원을 폐업해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는 악순환 구조라고 지적한다. 이 사무총장은 “저출산으로 전체 분만 건수는 줄었지만, 산모 평균 연령 상승과 만성질환 증가로 고위험 임신·분만은 오히려 늘고 있다”며 “분만 수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24시간 당직, 의료사고 보험료 등 간접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분만 중단과 분만실 폐쇄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인 종양 전문의의 고령화와 전공의 지원 저조까지 겹쳐 필수 부인암 진료체계 유지가 어렵다는 점도 부각했다. 이재관 산부인과학회 이사장(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산부인과는 임신·분만에서 양성수술, 부인암, 자궁경부암 검진까지 여성의 생애 전반에 걸친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분만 인프라·수가·부인암·검진 체계를 패키지로 동시에 손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분만을 시행하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분만취약지 간호사·조산사의 고용 비용을 국가가 일정 부분 보전하는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분만 기관이 없거나 1곳뿐인 분만취약지 의료기관에 대해선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운영비를 포함해 재정 지원을 집중해 ‘마지막 분만 거점’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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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산부인과 양성수술과 부인암 치료 역시 DRG(포괄수가제)와 저수가로 고난도 수술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문제도 제기했다. 현재 산과 DRG가 예정·응급 제왕절개, 태반조기박리와 전치태반과 같은 응급 상황, 유도분만 실패 후 전환 등 위험도와 응급도가 전혀 다른 상황을 사실상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선 방안으로는 DRG를 위험도·응급도 기준으로 세분화하고, 고령 산모와 다태임신, 고혈압, 당뇨, 이전 제왕절개 등 고위험 요인에 따른 가산 체계를 마련할 것을 제시했다. 자궁동맥 색전술, 산과 응급키트, 혈액제제, 마취 관련 재료비 등 필수 의료재료비를 포괄수가에서 분리해 별도로 보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난소암 종양 감축술, 광범위 자궁절제술 같은 부인암 수술에 대해선 기존 행위수가에 정책 가산을 더하는 ‘부인암 공공정책수가’ 필요성을 들었다.

이 이사장은 “지금 산부인과 필수의료는 ‘의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버티기 어려운 구조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며 “분만과 부인암 진료는 한 번 붕괴되면 10~20년 안에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제안은 의료계의 이해를 넘어 저출산, 여성건강, 암 예방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함께 풀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선”이라며 “산부인과학회는 정부와 국회, 관련 학회와 긴밀히 협력해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시범사업으로 이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부인과학회는 국제 동향에 맞춰 10년 내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50% 이상 줄이고, 퇴치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자궁경부암 국가 검진에 HPV(인유두종바이러스) DNA 검사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기존 자궁경부세포검사(Pap 검사)와 병행하고, HPV 음성 여성의 검진 간격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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