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중국 재정부는 올해 외교 예산을 전년 대비 9.3% 늘린 709억7500만위안(약 15조2000억원)으로 책정할 것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제안했다. 이는 2023년 이후 3년 만의 최대 증액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현지 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NPC) 개막식에 참석해 리창 총리와 함께 박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중국 외교 예산은 2023년 12.2%, 2024년 6.6%, 2025년 8.4% 증액 추이를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기 집권 첫해였던 2023년 중국 특색 대국 외교 추진을 명분으로 자국의 국제적 영향력 강화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 예산을 큰 폭으로 늘렸다. 이 시기에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 영향력 확대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활성화가 중점적으로 추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첫해인 지난해 ‘미국 우선주의’ 본격화로 미 행정부가 대부분의 국가에 관세 협박과 무역 압박을 해온 가운데 중국은 전년 대비 8.4%늘린 외교 예산을 바탕으로 미국 대안 세력임을 부각하는 외교 활동을 펼쳤다. 미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후 해외 원조 동결, 파리기후협약·세계보건기구(WHO)·유엔인권위원회 탈퇴 등의 행보를 보이자 중국은 톈진에서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열병식 등의 행사로 ‘내 편 모으기’에 들어갔다.
SCMP는 “전인대에 제출된 외교 예산안은 중국이 국제 금융과 경제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개발·안보·거버넌스를 아우르는 글로벌 이니셔티브 실행 계획을 담고 있다”고 짚었다. 매체는 그러면서 “높은 수준의 개방 확대를 지원하고 고품질의 일대일로 협력을 추구하며, 인류 공동의 미래를 위한 공동체 건설에 힘쓰겠다는 방침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올해 들어 미국의 베네수엘라와 이란 공격이 국제 질서를 크게 흔드는 상황에서 중국이 글로벌사우스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대만·남중국해 관련 우호 세력 확보,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및 무역 갈등 속 중국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SCMP는 “중국의 올해 외교 예산 증액률(9.3%)이 국방 예산 증액률(7%)보다 높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면서 “미국이 세계 지도자 역할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외교 예산을 크게 늘린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리창 중국 총리도 전날 전인대 개막 전 정부공작보고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외부 환경이 중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동안 중국의 외교적 성과에 대해 “중국 특색을 살린 대국 외교에 새로운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추이훙젠 베이징외국어대학 교수는 “중국의 외교 예산 증가를 강대국 부상과 연관해 볼 수 있다”며 “중국 외교 정책이 양자관계 중심에서 지역 협력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제는 더 많은 예산이 있어야 하는 국제 거버넌스 개선 노력을 포함한 글로벌 외교로 가야 한다”고 내다봤다. 추이 교수는 중국의 올해 외교 예산 확대 배경에 대해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해 각종 국제기구 등에서 탈퇴하면서 생긴 ‘재정적 공백'을 메워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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