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을 진행한 후 국빈급 만찬에서 인사하고 있다.[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재정 충격을 받은 걸프 산유국들이 해외 투자와 각종 지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걸프 주요 산유국들이 전쟁으로 악화된 재정 상황을 논의하며 투자와 지출 전반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걸프국의 한 당국자는 외국 정부나 기업에 대한 투자 약속뿐 아니라 스포츠 후원, 기업 계약, 보유 자산 매각 등 다양한 활동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4대 걸프국 가운데 3개국이 최근 전쟁으로 인한 예산 부담과 경제 충격을 공동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한 국가는 어디인지 공개되지 않았다.
걸프 국가들은 이미 체결된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계약 이행을 미루거나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군사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걸프 지역 경제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역내 인프라 공격을 이어가면서 에너지 산업과 관광업, 항공업 등 걸프 국가들의 핵심 수입원이 크게 위축됐다.
카타르는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은 뒤 생산이 중단됐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원유 정제 시설이 공습 피해를 입었다. 동시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방어하고 주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국방 지출은 크게 늘어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란은 걸프 국가 내 미국 군기지와 대사관뿐 아니라 공항과 호텔, 주거 시설 등 민간 인프라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으며 산업 전반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걸프 국가 내부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UAE 기업인 칼리프 알하브투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우리 중동을 전쟁에 끌어들일 권한을 누가 당신에게 줬느냐”며 “방아쇠를 당길 때 민간 피해를 계산했느냐”고 비판했다.
FT는 걸프 국가들이 해외 투자까지 축소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종전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걸프 국가들은 막대한 국부펀드를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투자하고 있어 투자 재검토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중동 순방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카타르 등으로부터 수천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이번 전쟁 여파로 이러한 투자 계획 역시 재검토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