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 지역의 수도 에르빌의 모습. (사진=AFP) |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쿠르드 지도자들과도 직접 접촉했으며, 이란 내 반체제 쿠르드 단체 중 가장 오래된 ‘이란 쿠르드민주당’(KDPI) 고위 인사도 이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쿠르드 측은 미국 측에 정보·무기·훈련 지원과 더불어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청했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라크 내 쿠르드 지도자인 바펠 탈라바니(이라크 애국동맹 지도자)와도 통화했다.
미국 대통령이 쿠르드 세력 지도자들과 전화통화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르드 관계자들은 AP통신에 “미국이 우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도 “미국이 이란 쿠르드 세력을 은밀히 지원하고 있다고 본다”며 “1980년대 아프간 무장세력 지원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관련 조율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두 소식통은 이란 내부에서 봉기를 유도하기 위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이니셔티브라고 설명했다. CIA는 관련 언급을 거부했으나, 전직 CIA 관계자는 “CIA는 오랫동안 이란 쿠르드 세력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미군기지와 관련해 쿠르드 지도자들과 대화했다”고 확인했지만 “이란 쿠르드 전투원에 무장 및 장비 지원을 승인한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다.
쿠르드족은 3000~4000만명 정도로 추정되며, 오스만 제국 해체 이후 독립국가를 세우지 못해 이란·이라크·튀르키예·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대부분이 수니파 무슬림이지만, 정치·언어·문화적으로는 매우 다양하다. 이란 내 쿠르드 반체제 단체들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며 테헤란 정권과 충돌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이라크 내 이란 쿠르드 단체 거점을 공격하고 “이란을 침투·공격할 계획을 세운 혐의”라고 주장한 가운데, 미 폭스뉴스는 이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쿠르드족 전투원 수천명이 이라크에서 이란으로 지상 공격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란 타스님 통신은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미 정부와 쿠르드 세력 간 접촉설이 이란 정권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과장된 보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이 실질적 군사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내비쳤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 쿠르드 무장세력에 무기를 제공하려면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KRG)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튀르키예 등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튀르키예는 이라크에 수천명의 병력을 주둔시키며 쿠르드노동자당(PKK)과 10여년째 교전을 벌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