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연대 시위에 나선 이스라엘 여성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앙숙’ 관계인 이스라엘과 이란이 최근 이란 내 반정부 시위 사태 직전, 서로를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비밀리에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란 반정부 시위가 시작되기 며칠 전, 이스라엘은 러시아를 통해 “먼저 공격받지 않는 한 이란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개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이란 지도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이란도 러시아 채널을 통해 선제공격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WP는 이 사안을 잘 아는 중동 지역 관리들과 외교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6월 ‘12일 전쟁’으로 정면충돌한 두 나라가 이런 내용의 비밀 대화를 주고받은 것이나 러시아가 중개자 역할을 한 것 모두 이례적인 일이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양측의 비밀 메시지 교환은 지난달 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모스크바 방문 직후까지 이어졌다고 중동 지역의 한 고위 관리가 전했다.
최근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이란에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이스라엘 공영방송 KAN이 지난주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대화 노력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이란과의 긴장을 높이거나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을 준비하는 것처럼 비치는 일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힌 이란으로서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에서 한발 벗어나는 건 “좋은 일”이라고 익명을 요청한 중동의 한 고위 관리가 평가했다. 이란은 반정부 시위 사태 이후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있다.
다만, 최근 심각해진 반정부 시위 사태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셈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겨냥한 군사 옵션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공습이 현실화할 경우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의 참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의 의도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이 WP에 밝혔다.
그럼에도 아직 두 나라는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을 피하며 긴장 고조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란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최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공격을 받으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상대로 보복하겠다면서도 이스라엘은 보복 대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부 역시 이란 시위 사태가 전개된 이후에도 호전적인 메시지는 삼가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출신인 시마 샤인 국가안보연구소(INSS)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란 반격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방어하고 대비하기 위한 많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