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로봇의 날카로운 응수에 권자영(78)씨는 "아이고 큰일났네"라며 연신 감탄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백돌(로봇)의 안쪽 집을 공략하려던 권씨의 흑돌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순간이었다.
대국에 활용된 로봇은 중국 센스타임의 가정용 AI 바둑로봇 '센스로봇 고(Go)' 모델이다. 상단과 정면에 장착된 카메라가 바둑판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수를 결정한다. 로봇 팔은 자력을 이용해 돌을 집어 들며, 불과 3초 만에 목표 지점에 정확히 돌을 놓는 정밀함을 보였다. 대국이 끝난 뒤 바둑돌을 스스로 정리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권자영(78)씨가 14일 오후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남센터에서 AI 바둑로봇 '센스타임 고'와 바둑 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 |
AI 바둑로봇 '센스타임 고' [사진=설재윤 기자] |
과거 세계를 놀라게 했던 알파고가 서버실의 연산 능력을 빌려야 했지만, 센터에서 활약 중인 센스로봇 고는 컴팩트한 체구에 알파고급 지능을 가졌다. 수천만 판의 기보를 학습한 AI는 상대의 실력에 맞춰 난이도를 초보 수준인 18급부터 전문가 수준인 9단까지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디스플레이 왼쪽 상단에는 급수가, 오른쪽에는 진행된 수가 표시되며 사석이 생길 시에는 알림을 주는 등 편의성을 높였다. 로봇의 얼굴에 있는 디스플레이, 바둑돌 하단의 컨트롤 패널을 통해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다.
해당 로봇은 단순 대국 외에도 △친구와 대전 △오목 △최고기력 AI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날 1급 난이도로 대국을 마친 권 씨는 "오늘만 AI를 상대로 1급 난이도에서 다섯 번이나 이겼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는 지난 2022년 개관 당시부터 이 로봇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어르신들의 반응은 뜨겁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권씨는 대기 인원이 많은 서북센터 대신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서남센터를 매일 찾을 정도다.
권씨는 "젊은 시절 바둑을 좋아했지만, 기원에 가면 온통 남성들뿐이라 50년 동안 바둑을 두지 못했다"며 "AI 로봇은 상대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온전히 대국에만 집중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전했다.
업체 관계자는 이 로봇에 대해 "바둑을 즐기는 노년층에게는 이상적인 일대일 지능형 동반자로, 사고력과 집중력 향상이 필요한 어린이층에게는 자기 주도적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학습 도구"라고 설명했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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