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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km 송전 0.009초, 손실 전력 1.5%…중국의 전기 고속도로와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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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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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중국 충칭시 중심부에서 약 60㎞ 떨어진 위베이구 타이허촌 일대. 인가가 드문 산지 사이에 거대한 송전탑이 설치되어 있다. 충칭의 고속도로 주변에 세워진 일반 송전탑보다 그 높이와 면적이 1.5배는 되어 보였다. 이 거대 송전탑 사이를 흐르는 전기는 2260㎞ 떨어진 신장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에서 만들어졌고, 800㎸의 초고압 송전망을 통해 단 0.007초 만에 충칭으로 보내진다. 이 송전망으로 연간 360억㎾h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70% 이상이 태양광과 풍력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다. 360억㎾h는 서울시 전체가 한해 사용하는 전력량의 4분의 3가량에 해당한다.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하면서 세계는 반도체와 알고리즘의 싸움에 주목하고 있다. 이 경쟁을 실제로 떠받치는 기반이 전력과 그 인프라다. 인공지능 기술과 여기에 쓰이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끊임없이 소비한다. 데이터센터 한곳의 전력 사용량은 중소 도시 하나와 맞먹는다. 이 때문에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인공지능 시대에 핵심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신규 발전설비의 대부분을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채우고 있으며, 2025년 신규 발전설비의 80% 이상이 비화석 전원으로 집계됐다.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이를 동부 산업지대와 대도시로 실어 나르는 초고압 송전망과,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설비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중국의 서전동송(西电东送) 프로젝트는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주로 신장, 간쑤, 네이멍구 같은 서북부 사막과 고원 지대에 몰려 있다. 이 지역은 인구는 적지만 햇빛과 바람이 풍부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반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베이징·상하이·광둥·충칭 등 동부와 남부의 대도시와 공업지대다. 발전지와 소비지 사이의 거리는 수천 킬로미터에 달한다. 이 구조에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결국 전기를 멀리 보내는 기술이 핵심이 된다.



중국이 선택한 해법이 초고압 송전망이다. 800㎸ 이상의 전압으로 전기를 보내는 이 기술은 장거리에서도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전기 고속도로’로 불린다. 전기는 전선의 저항 때문에 멀리 이동할수록 중간에 손실되는 에너지가 늘게 된다. 이를 줄이려면 전압을 높이고 전류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의 ±800㎸~±1100㎸급 초고압 송전은 이 원리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기술이다. 초고압 직류 송전의 경우, 1천㎞당 송전 손실률이 약 1.5~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일반 고압 송전망의 6~7%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인 것으로 평가된다. 총연장 3천㎞ 넘는 송전망이 전력 손실률은 1.5%에 그친다. 서부에서 생산된 전체 전력의 대부분이 그대로 동부 지역에 도달하며, 태양광과 풍력처럼 먼 서부에서 생산된 전기를 거의 낭비 없이 실어 나를 수 있게 한다. 이 낮은 손실률은 중국이 서북부 재생에너지 기지를 동부 산업지대와 하나의 전력 시스템으로 묶을 수 있게 한 기술적 기반으로 꼽힌다.



중국 국가전력망은 2025년 기준 이런 초고압 송전선을 약 45개, 총연장 4만㎞ 이상 운영하고 있다. 서부에서 동부로 동시에 보낼 수 있는 최대 전력은 340GW(기가와트)로, 중국 전체 최대 전력 수요의 20%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2030년까지 420GW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이는 현재 유럽 주요국들의 전력망을 모두 합친 것에 맞먹는 규모다.



2019년 가동을 시작한 신장-안후이 초고압 직류 송전망은 세계 최고 수준인 ±1100kV급으로, 3천㎞ 떨어진 곳으로 1200만㎾의 전력을 한번에 보낼 수 있다. 이 노선 하나로 한국 전체 전력 소비의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다. 2025년 상반기 중국에서는 초고압망 덕분에 송전 용량 부족으로 버려질 뻔한 태양광과 풍력 전력이 상당 부분 흡수됐다.



중국이 전력 경쟁의 또 다른 축은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이 장치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쓰는 설비다. 태양광과 풍력은 낮과 밤, 바람의 세기에 따라 출력이 크게 변하기 때문에 저장 장치가 없으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 낮에 만든 태양광 전기를 밤에 쓰고, 바람이 불 때 저장한 전기를 무풍 시간대에 쓰기 위해서는 배터리 기반 저장 시스템이 필수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다. 2020년 말 3GW에 불과했던 중국의 배터리 기반 저장 용량은 2025년에는 100GW를 넘어섰다. 불과 5년 만에 30배 이상 늘었다. 이는 전세계 에너지저장 설비의 40% 이상에 해당한다. 배터리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2024년 전세계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의 93% 이상이 중국산이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축적한 기술과 대량 생산 능력이 전력 저장 시장에서도 그대로 경쟁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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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초고압 송전망과 대규모 저장 설비를 동시에 갖춘 중국의 전력 시스템은 인공지능 시대에 특히 유리하다. 대형 데이터센터는 수십만 가구가 쓰는 전력을 한꺼번에 소비하는데,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를 미리 깔아 놓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는 지역에 전력이 부족해질 경우, 서부의 재생에너지와 대규모 배터리 저장 설비를 통해 즉각 보충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전력 경쟁에서 중국과 미국의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중국은 재생에너지와 송전, 저장 인프라를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 ‘전기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반면, 미국은 분절된 전력망과 병목 현상에 발목이 잡혀 있다. 미국 전력망은 동부, 서부, 텍사스의 세 권역으로 나뉘어 있고, 서로 간 전력 이동이 제한적이다. 장거리 송전망 투자가 수십년 동안 부족했던 탓에, 풍력과 태양광이 많은 중서부와 서부의 전기를 데이터센터가 몰린 동부와 남부로 보내기 어렵다. 전력망이 지역별로 쪼개진 구조가 인공지능 시대에는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25~2028년 사이 미국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새로 필요로 하는 전력은 65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 동부 전체 발전 용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발전소와 송전선을 새로 짓는 데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데이터센터는 2년이면 완공되지만, 전력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 격차는 ‘에너지 장벽’으로 불리며 미국 산업계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병목을 메우기 위해 미국은 노후 가스와 석탄 발전소를 다시 돌리고 있다. 이른바 ‘피커(peaker) 발전기’로 불리는 비상용 가스 발전소들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연장 가동되고 있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지인 버지니아주 북부 지역에서는 2024~2025년 사이 전력 수요가 급증해, 신규 데이터센터에 전력 연결을 해주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전력망 운영기관인 미국 동부 전력망은 전력 부족을 우려해 1960~70년대에 건설된 노후 화력발전소의 폐쇄를 연기했고, 지난해에만 13개의 발전소의 노후 발전소를 다시 가동했다. 예비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료를 올리기도 한다. 이는 가정용 전기요금이 오르는 현상으로 이어졌고, 전력 비용 부담이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과 일반 소비자에게 동시에 전가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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