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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막으려다 곳간 비어간다’...전쟁발 에너지 쇼크 대응 비용 급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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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공부채 100조 달러 돌파 속
물가 대응책으로 재정 여력 시험대
“빚내서 버티던 25년 끝났다” 지적
채권시장, 재정 확대 기조에 긴장
적극적 재정 대응 필요 주장도 상당
“침체 막기 위해 신속히 움직여야”
서울경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세계 각국의 빚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에너지 가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그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국 정부들은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가계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잇따라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는 갤런당 33센트의 휘발유세 면제 조치를 꺼냈으며 다른 주들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영국은 일부 계층을 대상으로 난방 연료비 지원에 나섰고, 한국·일본·중국 등은 연료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이는 정유사와 주유소가 부과할 수 있는 가격을 제한하는 방식인데 정부 재정이 비용을 떠안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이미 취약해진 정부 재정 여력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각국의 재정은 이미 크게 악화된 상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전 세계 공공부채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 충격 대응 비용까지 겹치며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전쟁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1조 9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 국방부는 전쟁 수행을 위해 추가로 2000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했다. 여기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기 부양책이 더해질 경우 정부 부채는 한층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환경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면서 차입 비용도 크게 상승했다. 과거처럼 재정을 확대해 위기에 대응하기 어려운 여건이 형성됐다는 평가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충격이 올 때마다 빚을 내서 해결하던 지난 25년간의 방식은 이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며 “재정적 한계를 밀어붙이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 상한제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가격 통제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슬로베니아는 가격 상한제 시행 이후 인접국 운전자들이 몰리자 하루 연료 구매량을 제한했고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자국민에게만 낮은 가격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리카르도 레이스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교수는 “가격 상한제는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문제를 일으킨 정책”이라며 “정부 재정에 점점 더 큰 부담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도 재정 확대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미국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국채 입찰에서 수요가 부진한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으로 해석된다. 유럽에서도 영국·프랑스·독일의 국채 금리는 1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에너지 충격이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발표된 지표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이미 경제 활동을 둔화하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의 이사벨라 베버 부교수는 “설령 전쟁이 당장 끝난다 해도 가능한 한 신속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재정 건전성보다 물가 안정과 생산 감소 방지가 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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