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책 발표하는 비상경제본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가운데)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아 외교부 2차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구 부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권도현 기자 |
‘공급 쇼크’ 유가 2배가량 상승
고환율 고착에 코스피도 13% ↓
실물경기로 충격파 확산 흐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종전 양상을 띠지 않으면서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발 악재는 금융시장과 에너지 공급망 충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실물경기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유류세 인하폭 확대, 나프타 수출 통제, 다음주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제출 등을 26일 발표하면서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 결국 경기 하방 압력이 커져 2%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에너지 공급망이다. 국제유가는 전운이 감돌기 전이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브렌트유(영국 ICE선물거래소 종가 기준)는 지난해 12월16일 배럴당 58달러 수준이었으나 올 2월28일 개전 직후 수직으로 상승해 지난 12일 100달러 선을 단숨에 돌파했고, 20일 112.19달러까지 치솟았다.
금융시장도 위축됐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대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6307.27까지 치솟은 코스피 지수도 이날 5460.46으로 마감, 한 달 새 13%가량 빠졌다.
특히 에너지와 금융시장 위축이 최근에는 실물경기로 이어지는 것도 위험신호다.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운송 차질과 물류비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나프타·요소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비상경제 대응체제를 가동하며 전방위적 방어막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날 정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 2차 지정과 함께 유류세 인하를 통해 에너지발 물가 상승 압력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민생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25조원 규모의 추경안도 31일 국회에 제출하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최근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국채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5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조기 상환)도 진행했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추경 편성을 계기로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채 순상환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추경을 통한 국채 순상환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최대 관건은 전쟁의 장기화 여부다. 전쟁이 길어지면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인 셈이다.
최근 NH금융연구소는 전쟁이 3개월 이어지면 성장률은 0.3%포인트 낮아지고, 1년간 계속될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이 0%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구입비가 연간 150조원에 달하는 구조에서 전쟁이 조기에 끝나더라도 원자재 수급 차질과 투자 지연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2%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고 유가 급등으로 물가는 오르면서 가벼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정부가 유가 급등으로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수급 다변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박상영·김세훈·김지환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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