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이은 집중호우로 25명의 인명피해와 약 1조1307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강원 영동지역은 108년 만의 기록적 가뭄을 겪으면서 먹는 물이 말랐다. 농작물은 타들어 갔다.
매년 반복되는 기후위기 심화 속에서 기후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매번 준비한다고는 하는데 그때뿐이다. 기후위기 앞에 ‘사후약방문’이 반복되고 있다.
좁은 지역을 중심으로 하나하나의 기후 대응 대책 마련을 위해 읍면동에 ‘기후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은 재난 담당관(관료)만 있다.
복합적 기후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내 지역’을 중심으로 특화된 기후변화를 장기간 분석한 뒤 예상 시나리오에 따른 종합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사전대비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기상청(청장 이미선)은 대통령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위원장 김민석 국무총리)와 공동으로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현황을 담은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26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상청을 비롯한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10개 부처, 21개 기관에서 △산불 △폭염 △호우 △가뭄 등 2025년에 발생한 이상기후 현상과 분야별 영향과 대응 현황을 담고 있다.
2025년은 △역대 최대 규모의 산림 피해를 기록한 대형 산불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뜨거웠던 여름 △시간당 100mm가 넘는 기록적 집중호우 △108년 만의 극심한 가뭄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 ‘기후위기의 시대’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3월, 축구장 14만7100개 면적 태워
지난해 3월 25일. 남안동 IC 인근에서 바라본 안동시 일직면 야산이 산불에 불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형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조건(고온+건조+강풍)’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21일부터 26일 사이 전국적으로 5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에 발생하며 총 10만5084.33㏊의 산림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축구장 14만7100개를 합쳐 놓은 것보다 넓은 면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피해로 기록됐다.
3월 21~26일에 전국 평균기온은 14.2℃로 역대 가장 높았다.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상대습도가 평년 대비 15%p 가량 낮았다. 고온 건조한 공기가 강한 서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대형 산불로 확산되기 쉬운 기상 조건이 만들어졌다. 3월 25일 당시 하루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하회(안동) 27.6m, 옥산(의성) 21.9m, 단북(의성) 20.4m에 이르렀다.
정부는 앞으로 산불재난 대응력 강화를 위한 선제적·과학적 산불 분석 체계를 구축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산불정보시스템(위험예보, 확산예측시스템)을 개편해 더 촘촘하고 정밀하게 산불재난에 대응할 계획이다.
지난해 역대급 폭염, 6~10월까지
2025년 폭염 속 서울역 쪽방촌 인근 한 공원에서 주민이 쿨링포그를 맞으며 부채질을 하고년있다. [사진=연합뉴스] |
태평양고기압의 이른 확장으로 6월 말부터 이미 한여름 날씨를 보였다. 7월 하순부터는 티베트고기압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기온이 더 상승해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7℃로 역대 최고 1위를 기록했다.
밤낮으로 무더위가 지속되며 구미(55일), 전주(45일) 등 20개 지점에서 관측 이래 최다 폭염일수를 보였다. 대관령에서도 처음으로 폭염(7월 26일, 33.1℃)이 발생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나타냈다.
가을철인 10월 중순까지도 보령, 완도 등에서는 낮 기온이 30℃를 웃도는 등 고온 현상이 장기간 이어졌다.
여름철 우리나라의 월평균 해수면 온도는 최근 10년 중 해당 월 최고순위를 기록(7월:25.3℃/1위, 8월:27.8℃/2위)했다. 이른 폭염으로 고수온 현상이 지난해보다 15일이나 빠르게 발생해 최장기간(85일) 지속했다.
이상기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 3개월 전망을 제공한다. 실시간 수온 관측시스템 확대(200→205개)와 특보 발령과 이상 수온에 대한 단기예측 정확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폭염으로 100명 이상의 대형 식중독 발생 건수가 증가했다.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기간(5~9월) 동안 2024년(3704명)보다 20.4% 증가한 총 4460명(사망 2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올해도 폭염에 대비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운영(5~9월)한다. 기상자료를 활용한 온열질환자 발생 예측 정보의 대국민 공개 등을 통해 온열질환 위험성을 사전에 더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폭염-호우-폭염-호우 이어져
지난해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서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장마 기간이 짧고 무더위가 지속된 가운데 강수는 주로 단기간에 집중되면서 폭염과 호우가 반복됐다. 가평, 서산 등 15개 지점에서 1시간 최다강수량이 100mm를 넘는 기록적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국지성 집중호우로 도심 침수, 도로, 교통 기반시설, 산사태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총 25명(사망 24명, 실종 1명)의 인명피해와 총 1조1307억원의 재산피해(최근 5년 평균의 1.8배)가 발생했다.
지난해 7월 17일 광주광역시에는 426.4mm의 기록적 호우로 도로 침수와 지하철 운행 중단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앞으로 인공지능(AI) 홍수예측 정확도를 개선하고 홍수에 취약한 하천의 실시간 감시를 위해 수위관측소, ‘스마트 유량관측시설’ 확대 등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반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다.
강원 영동은 108년 만의 극심한 가뭄
2025년 9월 5일 최악의 가뭄 사태가 이어진 강원 강릉시 장현저수지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지역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에 투입할 물을 뜨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강원 영동지역은 108년 만의 기록적 가뭄을 겪었다. 영동지역의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 대비 34.2%(232.5mm)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영동지역은 동풍이 불 때 많은 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2025년에는 평년보다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풍이 주로 불며 지형적 요인이 더해져 강수량이 매우 적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준공 후 최저치인 11.5% 수준까지 떨어지며 단계적 제한 급수가 시행되는 등 심각한 식수난이 발생했다.
강원 영동지역은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강수량 대비 증발량이 증가해 농작물이 시들고 고사되는 등 피해가 심화했다.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토양유효수분율 기준 전국 167개 시·군별 밭가뭄 현황과 일주일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을 때 밭가뭄 전망을 예측해 자료를 제공하고(2월~12월, 주 1회)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 운영했다.
올해부터는 농작물 재해위험지도 작성을 위해 기상·재해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2025년 우리나라는 기록적 폭염과 산불, 가뭄, 집중호우 등 종합적 기후재난에 직면하게 됐고 기후변화로 그 피해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상청은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발생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미래 기후위기를 체계적으로 감시․예측하여 실효성 있는 국가적 기후위기 대응 정책 수립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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