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금융자산·원화가치 급락, 원자재 급등 등의 상황을 가정하고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취약 업종 부실채권 비율이 상승하는 등 약한 곳부터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다만 증권·보험사 손실흡수력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중동 사태와 그로 인한 자산 충격 발생 시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향후 2년 시계에서 비관과 심각 2가지로 나눠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담았다.
비관 시나리오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주식 등 금융자산과 원화 가치가 일시적으로 동반 급락하는 상황을 반영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수준의 주가 하락이 나타나는 가운데 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만큼 튀어 오른다는 가정이다.
심각 시나리오는 중동 상황 장기화로 유가가 러·우 전쟁 때보다 높은 수준을 3개 분기 지속하는 예외적 상황으로 설정했다. 원자재 가격이 뛰고 실물경제 부진이 나타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극심한 환경을 조성했다.
테스트 결과 금융시스템 신용공급 여력을 결정하는 예금취급기관 자본비율은 두 시나리오에서 모두 하락했다.
특히 심각 시나리오에서 그 폭이 컸다. 양극화 리스크도 부각되면서 석유화학·철강 등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뛰는 흐름이 감지됐다. 고정이하여신은 정상, 요주의보다 아래인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세 단계 대출을 묶어 이르는 말로 흔히 부실채권으로 불린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에서는 지방 부동산 가격 하락,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악화 등에 따라 자본비율 하락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짚었다. 다만 규제비율(은행 11.5~12.5%, 저축은행 7~8%) 밑으로 내려가는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만큼 전체적으로 양호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6년 3월 금융상환 점검. 한은 제공 |
증권·보험사의 경우에도 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을 넘어서며 대체로 양호한 손실흡수력을 보였다. 심각 시나리오에서 증권사는 자기자본 대비 시장손실이 17%, 보험사는 28%로 책정됐으나 각각 순자본비율(NCR), 지급여력(K-ICS)비율 100%씩은 한참 웃돌았다.
한은 관계자는 “증권사는 시장손실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이 대형사를 중심으로 두드러졌으나 여전히 높은 자본비율을 유지했다”며 “상대적으로 자산·부채 듀레이션 차이가 크지 않은 보험사는 시장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 평가손실이 부채 평가이익에 의해 상쇄되며 K-ICS 비율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산자격 조정이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도 측정해본 결과 심각 시나리오에서 증권사 평균 유동성확보비율은 113%, 보험사는 321%였다. 비관 시나리오 기준으로는 각각 182%, 665%로 모두 100%를 넘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시스템 복원력은 대체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지만 가계·기업·부동산 등 부문별 양극화가 심화된 구조적 환경에선 지정학적 리스크, 자산가격 조정과 같은 복합적 대외 충격이 특정 취약부문에 집중되며 금융기관 자산건전성이 예상보다 큰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중동 상황 악화,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모니터링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