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그섬. 뉴시스 |
이란이 미국의 지상군 투입에 대비해 하르그섬에 병력과 방공 전력을 증강하고 함정을 설치하는 등 방어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2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하르그섬 주변에 대인·대전차 지뢰를 설치하는 등 함정을 구축하고, 추가 병력과 방공 시스템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하르그섬은 이란 남부 부셰르주 해안에서 약 25㎞ 떨어진 페르시아만의 작은 섬으로 면적은 약 20㎢에 불과하지만 이란 석유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원유 저장 시설과 송유관, 대형 하역 터미널이 밀집해 있으며 하루 약 700만 배럴 규모의 하역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 원유 수출 물량의 약 90%가 이곳을 통해 처리돼 사실상 이란 경제의 ‘생명줄’로 평가된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도록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하르그섬을 장악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상군 투입이 상당한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르그섬은 다양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이란은 최근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MANPADS) 등 방공 무기도 추가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또 미군이 상륙할 가능성이 있는 해안선을 중심으로 지뢰를 매설하는 등 방어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해당 작전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르그섬을 장악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나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 측 소식통은 CNN에 하르그섬 점령 시 이란의 드론 및 휴대용 미사일 공격으로 미군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방식이 더 나을 수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예비역 제독도 “이란은 영리하고 잔혹하다”며 “해상 함정뿐 아니라 자국 영토에 들어온 미 지상군에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란 강경파 실세로 꼽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이날 “적들이 하르그섬 점령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시도할 경우 해당 국가의 핵심 인프라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이 하르그섬을 점령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상륙 병력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미 해병대 원정대(MEU) 2개 부대와 수천 명 규모 병력, 상륙함, 항공 전력이 중동에 배치됐으며, 미 육군 제82공수사단 병력도 1000명 이상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미군은 위성 등으로 하르그섬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보이는 지역의 변화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공습으로 일부 방공·해상 방어 능력은 약화됐지만, 하르그섬이 이란 본토와 가까워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여전히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지상 작전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두고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걸프 지역 국가들 역시 하르그섬 점령 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이란의 보복 공격과 전쟁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군의 지상군 투입에 대해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걸프 국가들은 전쟁 종식 전에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무력화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 국방부 역시 최근 이란의 미사일 전력이 상당 부분 파괴됐으며, 목표 타격이 마무리 단계에 근접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타브리디스 전 제독은 하르그섬을 직접 점령하는 대신 해상 봉쇄를 통해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병력을 상륙시키지 않고도 압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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