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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스마트워치·접근금지에도 스토킹 계속된다···각종 조치 비웃는 스토커들[보호 조치 비웃는 스토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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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양주 가정폭력ㆍ스토킹 여성살해사건 긴급대응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에서 사실혼 관계였던 20대 여성을 살해한 김훈(44)은 전자발찌를 찬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피해자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해 집요하게 스토킹했다. 접근금지 명령이나 피해자가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25일 경향신문은 김훈의 스토킹 살인사건에서 등장한 ‘전자발찌·접근금지·스마트워치·위치추적장치’ 등이 쟁점이 됐던 최근 2년간의 스토킹 사건 1심 판결문 56건을 확보해 분석했다. 가해자들은 각종 피해자 보호 조치도 아랑곳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

접근금지 무시하고 접근…위치 추적 장치로 피해자 동선 파악


56건 중 접근금지 명령을 어긴 사례는 41건이었다. ‘피해자에게 직접 또는 통신 매체를 이용해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을 무시한 사례들이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잠정조치(스토킹)와 임시조치(가정폭력)는 사후에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명령을 어기고 접근하는 스토커를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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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4년 11월 결별을 통보받은 뒤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해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계속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집 근처를 배회하면서 지켜보는 등 스토킹을 했다. 결국 피해자 100m 이내 접근 및 통신수단 이용 접근을 금지하는 잠정조치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무시했다. 그는 스토킹 범죄와 접근금지 불이행을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되자 “피해자와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절대 접근하지 않겠다”며 선처를 구했다. 그러나 다음날 피해자 집을 다시 찾아갔다.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한 사례도 12건 있었다. 주로 분실 방지용 위치 추적장치인 ‘태그’를 피해자 차량에 붙여 동선을 추적했다. 김훈 역시 피해자 차량에 이런 장치를 설치했다. 이는 위치정보법 위반 행위다.

A씨도 여자친구의 동선과 숨어 지내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여자친구와 그녀의 아버지 차량에 몰래 ‘스마트 태그’를 부착했다. 피해자를 추적하고 조사하는 행위는 ‘스토킹 위험성 평가와 관리 가이드라인’(SAM) 에서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분류된다.


☞ 계속되는 ‘스토킹 살인’···‘위험성 평가 도구’로 본 치명적 스토킹은?
https://www.khan.co.kr/article/202507300600141


전자발찌도 막지 못한 범행···충전 안 해 무력화시키기도


56건 중 김훈처럼 전자발찌를 찬 채로 스토킹을 저지른 사건도 4건 있었다. 이 중 3건은 아동·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주거침입 후 성폭력을 저질러 보호관찰을 받는 이들이었다. 1건은 스토킹 범행으로 전자발찌를 채우는 ‘잠정조치 3의 2호’ 처분을 받은 사람이었다.

성범죄 전과가 있는 B씨는 2022년 보호관찰관으로부터 동거하던 여성을 폭행하지 말라고 지도를 받았음에도 ‘다른 남자와 연락하냐’며 폭행하거나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체장애 5급인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공소기각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음주를 계속하고 담당 공무원에게 “전자발찌를 박살내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보호관찰 규정을 어겨 결국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자신의 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헤어진 전 연인을 스토킹하다 체포된 다른 남성은 전자발찌를 차게 됐지만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1351회 연락하고 직접 찾아가는 등 접근금지 명령을 어겨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전자발찌를 충전하지 않는 식으로 무력화한 사례도 있었다. 여성을 스토킹하다 접근금지 명령과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C씨는 전자발찌를 충전하지 않고 다시 피해자에게 접근, 수백회 전화를 걸어 “피를 말리겠다”고 협박했다가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전자발찌 착용이 스토킹을 예방할 주요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처럼 가해자가 처벌을 각오하거나 전자발찌를 가볍게 보고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막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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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경찰 관계자가 전자발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스마트워치 신고하니 ‘보복’···실형 19건 중 6년 이상은 3건 뿐


분석대상 판결 중 5건은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보복을 당한 사례다. 스마트워치는 스토킹 등 피해를 당했을 때 빠르게 신고할 수 있는 시계형 장치다.

D씨는 지난해 헤어진 연인이 운영하던 식당으로 찾아가 폭행과 스토킹을 벌였다. 범행을 계속하자 경찰로부터 ‘스토킹 중단 경고’를 받았고, 법원으로부터 100m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결정도 받았다. 하지만 범행은 계속됐다. 피해자가 D씨를 발견해 스마트워치로 신고하자 “너 워치 눌렀지?”라고 말한 뒤 폭행했다. 피해자는 부상을 입었고 D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별한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접금금지 명령을 받고도 주거지에 침입한 남성은 아예 “스마트워치를 반납하라”고 피해자를 협박했다. 그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흉기를 들고 전 연인을 찾아가 스마트워치를 부수고 머리카락을 자른 남성은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스토킹은 강력 사건으로 이어지기 전 위험 신호지만 그 자체로는 무겁게 처벌되지 않는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흉기 소지 시 가중)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분석한 56건의 판결을 보면 실형은 19건(33.9%), 집행유예 30건(53.6%), 벌금형은 7건(12.5%)으로 나타났다. 살인미수, 성범죄, 보복 범죄가 포함된 3건만 6년 이상 징역이 선고됐다. 징역 1~2년이 11건, 1년 이하가 5건이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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